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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에드만 Apr 30. 2021

당신들의 천국, <JTBC> 8주 인턴을 멈추려면

그리고 <한국일보>,내로남불 언론 채용 잔혹史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신문> 공채 24기 권승록이라고 합니다.


지난 2015년 7월에 입사했고, 지금은 36살(1986년생)의 나이로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진 언론社 채용 잔혹史를 소개하면서, 이와 관련한 잔인한 인턴제도를 공론화해보고자 글을 쓰게 됐습니다.  


1. 그들은 모르려 합니다  

   

글의 서두부터 제가 다녔던 ➀언론사(한겨레)와 ➁기수(24기), ➂선발형식(공채)과 ➃이름(권승록), 그리고 ⑤햇수(2015년)와 ⑥나이(출생년도)까지 또박또박 적시한 것은 이 글이 쓰인 경위를 조금 더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이 5가지 항목에 입각해 하루 전 한국 메이저 언론사들(<중앙일보-JTBC>, <한국일보>, <한국경제신문>)이 내놓은 신입 공채의 어떤 경향성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했습니다. 이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트렌드이고, 그와 동시에 시급성을 요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속히 시정되지 않는다면 언론사 채용 시장에서 변종 유행병으로 번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국지적 유행병 탓에 미래의 저널리스트들이 하나둘씩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해당 매체들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모르려 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2. 발언하겠습니다     


일간지 기자로 일정 기간 살아왔지만 저는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드는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해 대부분 침묵해왔습니다. 특히나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그럴만한 ‘깜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이슈에 대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도 않은 의견을 섣부르게 제시하는 것이 저는 여전히 매우 두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글을 갑자기 올리게 된 것에 의아해 하실 분들도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제게 지난 밤부터 지금까지 전속력으로 해일이 되어 달려 오고 있습니다.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쓰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이 문제가 제게 던져준 ‘당사자성’ 과 ‘직업윤리’ 때문일 것입니다. 이 2가지를 포기한다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원자분들보다 앞서 방황해봤던 저널리스트로서도, 혹은 그들의 언론사 입사를 곁에서 돕는 일(필기시험 강의)을 부수적으로 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변종 채용과정이 미래의 저널리스트들을 다 집어삼키고 난 이후, ‘당신은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저는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두려웠습니다. 이 글은 그에 대한 알리바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3. <중앙-JTBC>의 난폭한 8주 인턴    

 

<2021 중앙일보 -JTBC 채용공고> 中 캡쳐 

<중앙일보 – JTBC>는 지난 4월27일(화) 2021년 신입사원 공개채용 공지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코로나 팬더믹 탓에 공채 하나하나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시점인지라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의 채용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언론사 입사 준비생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분위기는 금세 반전됐습니다. 전형 방법의 난폭함 때문이었습니다.    

  

이 매체는 서류전형(1차)과 필기전형(2차), 그리고 역량면접(3차)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평가(7~8월, 8주)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인턴십 평가에 기반해 다시 최종면접을 치른 뒤 최종합격자를 선발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8주간 인턴십을 한다해도 합격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원자는 해당 매체 합격을 위해 오롯이 대략 3개월을 내주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 것이죠. 두 달간 몸을 갈아 넣어 인턴십을 한다해도 모든 게 무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다시 말해 2달간 들인 시간과 에너지, 다른 매체 시험 기회까지 모두 박탈당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대해선 그 어떤 유효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4. J의 변명 

    

아마도 그것에 대한 지원자들의 우려와 비판이 빗발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매체는 다음과 같은 팝업 공지를 새로 올렸습니다. 

     


“기존 신입 공채에서도 실무면접 합격자를 대상으로 2~3주간 <현장실습평가>를 진행해왔으나, 후보자의 조직 및 직무적합성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채용연계형 인턴십>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회사 임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며 회사와 직무가 본인과 맞는지를 충분히 검증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턴십 기간(8주)은 여름방학 기간(7~8월) 중 운영해 대다수 지원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며, 실무면접 합격자는 회사의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각 부서에 배치되어 인턴에 준하는 업무와 처우를 적용받을 예정입니다. 인턴 기간을 정상적으로 수료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최종면접이 진행되며, (인턴 수료 증명서 발급 가능) 최종면접 합격자는 정규직으로 채용됩니다.(입사 이후 직무별 수습기간 운영은 기존과 동일)”     


요컨대, 8주간 당신에게 시간을 내주었으니 불합격한다고 해도, ‘인턴 증명서’는 발급해주겠다, 거기에 근무 경험까지 제공해준다면 그대에게 얼마나 큰 기회가 될 수 있겠나, 라는 고지(告知)입니다.      


5. 낙인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이 ‘인턴 증명서’는 대체 어떤 효용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타 매체 이력서에 한 줄이나마 추가할만한 경력이 되긴 하는 걸까요. 다른 매체에서 이력을 보고 이렇게 묻지 않을까요.      


“<중앙일보-JTBC>에서 8주간 일했는데도 떨어진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지원자는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요. 설득은 가능한 것일까요. 인간의 선입견, 그러니까 일종의 낙인이 얼마나 무서운 효과를 발휘하는지 이 팬데믹 시대에 더 잘 느끼고 계시지 않나요.   

  

더 큰 문제는 8주 인턴을 위해 지원자는 자신이 그간 견지해온 생활 일체를 모두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기존에 다니던 회사가 있다면 퇴사를 해야할 것입니다. 두 달간 휴가를 주는 회사는 없을 테니까요.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 역시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시간과 일정, 돈과 에너지를 모두 포기하고도 지원자는 여전히 ‘불/가능성’의 세계에서 두 달간을 보내야 합니다. 8주 인턴십 과정은 일종의 ‘판옵티콘’처럼 그를 끊임없이 괴롭힐 것입니다. ‘불합격’이라는 그림자가 늘 주변을 배회할 테니까요.      

그리고 혹여나 ‘불합격’을 받아들게 된다면 그 때의 심리적 타격이란 거의 회복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게 될 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사람인가 봐’ ‘송두리째 빼앗긴 두 달을 이력서에 어떻게 보충해야하지?’ 이같은 열패감은 당사자를 일순간에 무너뜨립니다.    

   

6. 잔인한 뉴노멀?     


<2021 한국일보> 채용 공고 中 캠쳐

 <한국일보> 역시 4주 인턴십을 추가한 공지를 지난 4월28일 냈습니다. <중앙일보 – JTBC> 채용 공지가 나온 뒤 하루 만의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신문은 필기시험 날짜도 같습니다] 같은 날 <한국경제신문> 역시 총 5주간의 인턴십 과정을 포함한 신입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그렇게 이틀 만에 전년과는 사뭇 다른 가혹한 전형 3개를 언론사 준비생들은 받아들게 된 것입니다. 지원자들은 이제 이같은 흐름이 일종의 ‘뉴노멀’로 자리잡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잔인한 채용 방식으로 저널리스트를 선발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요. 아마도 효율성 때문일 것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고의 인재를 선발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죠. 더불어 이전 채용의 학습 효과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지 않은 퇴사자가 발생했을 것이고, 이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지원자의 충성도와 적합도를 더 깊게 판단해 보고 싶었던 것이죠.       


7, 당신들의 천국, 당신들의 저널리즘     


그런데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과연 서로 ‘Win – Win’ 하는 전략이 될 수 있을까요. 이같은 선발 방식이 해당 매체와 한국 저널리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맞는 것인가요? 가혹하게 지원자들을 쥐어짜고, 가장 야박한 처우를 제공하면서 선발한 저널리스트들로 당신들은 어떤 저널리즘을 추구하려 하는 것인가요.    

  

더불어 왜 회사의 책임을 지원자들에게 돌리려고 하시나요. 회사가 입사자에 주어야 마땅한 대우를 제공했다면, 그들이 회사를 떠났을까요. 인턴십 평가까지 하겠다면, 지원자들은 이젠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나요. 토익, 한국어, 논술, 작문, 자기소개서, 르포, 토론, 카메라테스트, 인적성, 각종 면접 만으로도 부족하신가요? 지금 한국 저널리즘이 독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 ‘인턴십’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혹시 판단하시는 건가요?  

    

아마도 이같은 아이디어, 즉 8주 인턴십 평가 등은 시니어 기자(데스크)들을 포함한 경영진 사이에서 제시됐을 것입니다. 그들은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렇게 잔혹하게 굴려봐야 기자감인지 알 수 있다’고요. 그래서 그렇게 구른 시니어 선배들은 훌륭한 기자가 되셨나요. 기자가 아닌, 로열티 높은 회사의 직원이 되신 건 아니신가요. 혹시 관광차를 타고 청년 노동시장을 바라보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얼마나 인턴을 더 해야 지원자는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수 있을까요. 시니어 선배들은 이같은 과정을 겪고 기자가 되셨나요? 시대가 달라졌으니 채용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반론하시는 건가요? 그럼 그런 선배들은 왜 변하지 않는 건가요? 한국 저널리즘의 총체적 위기가 운위되는 이 시점에 당신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기자직을 포함해 얼마나 더 지원자들을 쥐어짜야 좋은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다시 말해, 이같은 채용 방식은 회사와 지원자 모두에게 손해라는 것입니다. 


8. 당사자성     


저는 앞서 ‘당사자성’이란 말을 꺼냈습니다. 저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은 뒤 <한겨레>에 입사했기 때문에 제시한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지난 2015년 5월8일이었습니다. <한겨레> 1면에 ‘한겨레가 젊은 열정을 찾습니다’라는 제목 하에 신입 공채 공고를 냈습니다. <한겨레>가 2년 만에 낸 공채였습니다. 저 역시 입사를 고대하던 언론사였던지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 또 공채를 진행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형 방법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서류전형(1차)-필기시험(2차)-3차(실무면접, 합숙면접)-4차(현장실습, 4주)-최종면접. 2년 전 공채에서는 4차 전형(4주)이 없었습니다. 그 해에 새롭게 덧붙은 것이죠. 당시 제 나이 서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이 매체와 승부를 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같은 처지에 놓인 지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평소에 ‘청년 취업난’에 대해 그토록 우려를 표명하던 <한겨레>가 정작 자사 채용에서는 ‘4주 평가’라는 가혹한 방식으로 수습기자를 채용하려 한 점이 이율배반적이다.”     


이른바 ‘내로남불’이라는 것이죠. 여론이 심상치 않자 <한겨레>는 4주를 2주로 단축했습니다. 실제로 이같은 논쟁이 당시 <미디어오늘>에 보도 [ 갑질논란 한겨레, ‘4주 현장실습’ 2주로 줄였다 – 부제 : 한겨레 “직장인 등 부담 고려해 단축”… 기자 지망생 “직장인·알바 2주 휴가 불가능, 갑질 여전해”, 2015.05.26.]되기도 했습니다.   

   

기사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 휴가’를 허락받을 수 있는 직장인은 드물었고, 저 역시 필기 시험 이후 3차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에 기존 직장에 사표를 내야했습니다. 남은 기간 전력을 다해야 겨우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합숙면접(3차)을 통과해 2주 출퇴근 평가(4차)에 들어갔습니다. 총 6명(남2, 여4)이 남았습니다. 르포, 기획안 작성, 토론, 영상제작 등 과제를 수행하고 1:6 대면면접을 거의 매일 이어가는 전형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그러고도 동료 2명은 불합격했습니다.    

  

9. 4주평가 전면 폐지

     

합격의 기쁨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개운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다시 동료가 될 지도 모를 그들, 동료가 아니더라도 한 세대를 같이 꾸려갈 이들에 대한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야겠다고 24기 기자들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겨레> 채용 방식을 비판하는 일종의 대자보를 입사 직후에 회사에 게재했고, 이는 사내외에서 상당한 논쟁거리가 됐습니다. 이 역시 <미디어오늘>[한겨레 신입기자들 “2주 현장실무평가 폐지돼야” - 부제 : ‘갑질논란’ 현장실습 결과 2명 탈락… “사측, 수험자 모두에게 실익 없어”, 2015.08.30.]에 보도됐죠. 그 이후 <한겨레>는 이같은 채용방식을 전면 폐지했습니다.      


물론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합격하고 나서야 발언했기 때문입니다. 윤리가 어떻든, 일단 붙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합격 이후 윤리적 부담감을 스스로 덜어내는 방식으로 ‘대자보’를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위선적일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우리가 감당해야할 몫인 것이고, 그래서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실익이 거의 없는 ‘이율배반’ 전형을 그 다음 채용부터는 실시하지 않게 되었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6년이 흐른 지금 그 호된 채용과정을 거쳐 선발한 <한겨레> 24기 기자 4명 중 3명은 퇴사한 상태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선후배 기수들이 오히려 더 회사에 밀착해 있습니다. 대체 무슨 실익이 있단 말입니까. 이 대목에 대해선 다른 언론사 사례를 모두 수집해, 통계를 만들어봤으면 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론사도 기업인데 가장 적은 돈을 들여 가장 좋은 인재를 뽑는 게 무슨 문제인가? 그들의 자유 아닌가?”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저도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언론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는 다른 일반 기업과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언론은 사회적 공기(公器)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게 됩니다. 저널리스트가 지녀야 할 윤리는 우리 사회 평균보다 한 되만큼이나마 높아야 할 것입니다. 자사 채용과정에서만큼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언론사가 자사 1면에 ‘청년취업 지옥도’를 그렇게 자주 다룬다면, 어떻게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눈을 돌리는 인재들   

  

더불어 바야흐로 언론은 '사실'보다 ‘관점’을 세일즈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언행일치’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이 제도를 도입한 시니어 선배들 세대에선 통용될지 모르나 적어도 지금의 2030세대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이는 이 글에 언급된 매체 말고도, 비슷한 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는 <TV조선> <동아일보> <채널A> <SBS> <MBC> 등을 포함한 모든 언론사들이 숙고해야 지점일 것입니다.

   

저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주말에 강의를 열곤 합니다. 그들의 글쓰기를 같이 고민하기도 하고, 때론 자기소개서를 보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들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젊은 날을 살아내려고 노력하는지를요. 


때문에 가혹한 전형을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인 전형을 추가 구성해 단시간에 점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 저널리즘 커뮤니티를 위해서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유능한 인재들이 잔인한 전형 앞에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태 앞에서 눈 돌릴 수 없었습니다. 그 무슨 정의감 때문이 아닙니다. 더불어 저는 그들에게 일정 부분 생계를 빚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것은 엄중한 일인 것이죠. 때문에 이같은 채용 절차에 대해서 도의적 책임(발언)을 지고 가는 것이 제 직업윤리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이 감당해야할 비판이나 비난이 있다면 모두 감수하겠습니다.        



이 글을 맺고 있는 시각은 2021년 4월30일 오전6시입니다. 하루 전 다음 카페(Daum Cafe) ‘아랑’(언론인을 꿈꾸는 카페)회원 분들이 겨우 피어올린 문제의식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긴급히 글을 작성합니다. 그 자그만한 심지에 불이 붙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에 대한 논란이 <미디어오늘>에 당일 보도됐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해보이지 않습니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진창을 간신히 뛰어넘는 데만 해도 벅찬 이들에게, 이제 좀 그만 징징대고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라고 말[‘거대한 불공정’에 분노하라, <경향신문> 2020.09.23.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들이 얼마나 허망한지, 다시 절감하는 채용 시즌입니다.      


덧. 필자 이름을 공개할 때 이 글은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원자 분들은 혹시나 모를 피해 때문에 쉽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저는 저널리즘 커뮤니티를 떠나온 사람이기 때문에 자유롭기도 하고요. 


물론 미약한 글이 무슨 힘을 가지겠냐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론화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글은 기능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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