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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요정 Oct 07. 2022

9. 백수 탈출

『이직요정의 백수인생』

원 없이 늘어져 있어보기도 하고, 게임 시작 하루 만에 만렙을 찍어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온갖 요리를 하며 냉장고를 반찬으로 꽉꽉 채워보기도 하고, 밀린 드라마 정주행도 해보고, 그 와중에 휴가도 다녀왔다.


그러고 나니 이제 놀만큼 놀았다는 생각도 들고, 무력감에 빠져있기도 지긋지긋해서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력서도 열심히 넣고, 이전엔 대부분 무시하던 전화며 메시지에도 열심히 응답한다. 사실 구직활동에 열을 올리게 된 또 다른 특별한 계기가 있다. 얼마 전 이직요정 주니어가, 내년에도 대만에 있고 싶으니 엄마 몸값을 좀 싸게 해서라도 아무 회사나 들어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을 보면, 우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내가 올해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12월에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실, 나는 할 수 없이 한국에 돌아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니어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최대한 노력해 보기로 한 것.



취직이 되어 출근하게 될 상황을 대비해서 주니어가 이것저것 혼자 할 수 있게끔 이런저런 연습을 시작했다. 집에 혼자 가는 연습, 혼자 밥 푸는 연습, 냉장고에서 먹을 거 꺼내서 데우는 연습 등등. 걱정도 좀 되지만 일단 본인은 할 수 있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특하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에 보답하듯,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바로 취직을 해버리고 말았다. 몸값을 내리니 취직은 금방 되는 현실에 조금 허탈감이 들기도 하지만, 복지가 좋을 거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정규직이라 조금 떨리기도 한다. 이제 앞으로 이곳에 적어도 1년, 길면 수년을 더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대만에 좀 더 머물 생각을 하니, 아직 여행하지 못한 대만의 나머지 절반도 돌아야지 싶고, 이전에 갔던 곳 중에 좋았던 곳도 다시 가봐야지 싶다. 돈 쓸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두근한다.



이렇게 9개월간의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나의 백수 생활이 끝났다.

즐겁기도, 서럽기도 했던 나의 백수 인생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제 또 이렇게 길게 놀아볼 수 있으려나.



오늘 하루도 열심히 버티고 있는 모든 백수들을 응원하며, 당신의 멋진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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