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
대만에서 근무했던 두 직장 사이에 약 9개월 정도의 공백이 있다. 그중 약 두 달여의 시간은 대만 전국 여행을 다녔고, 또 다른 두 달은 한국에서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5개월은 거의 집에만 있었는데, 집에 있는 동안 혼자 개인 프로젝트도 만들어 보고, 구직 활동을 하며 화상 면접도 종종 보곤 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을 멍 때리며 보낸 것 같다. 처음엔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는 그 시간들이 여유롭고 좋았는데, 그런 날이 길어질수록 하루하루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던 건 이직요정 주니어 덕분이었던 것 같다. 우울감에 빠져 무기력하게 하루 종일 누워있을 수도 있었지만, 주니어 픽업이나 식사 준비를 위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기운을 내보자는 차원에서 쓰기 시작한 글이 『이직요정의 백수인생』 시리즈이고, 시리즈를 쓰던 중 취직이 되어 글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타지에서 백수가 되어 생활하는 것은 한국에서 백수로 지내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비슷한데, 생존까지 위협받는 느낌이 드니 더 아찔하다고 해야 하나. 1원 단위까지 가격비교를 하고, 세일할 때를 기다리고, 먹고 싶은 걸 참는, 전에 없던 습관들이 하나씩 생겨나기도 했다. 비상금으로 차곡차곡 모아 오던 적금을 하나씩 깰 때마다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여기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언제 또 이런 시간을 가져보겠나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불편한 마음과 안락한 몸 사이를 왔다 갔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동안 시간은 잘만 흘러갔다.
이렇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빈둥거릴 수 있었던 데에는, 대만에는 구직자를 위한 비자가 따로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정확히는 대만에서 체류를 허가한다는 ‘거류증’이라는 것을 특별한 서류 준비 없이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대 1년까지 있을 수 있고, 6개월씩 두 번에 걸쳐 신청할 수 있다(6개월 안에 구직을 하면 연장할 필요 없이 취업 거류증을 다시 발급받으면 된다).
* 기존 거류증 소지자를 위한 것이고, 거류증 만료 한 달 전부터 이민서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
1차 신청 시에 필요한 준비물은 기존에 사용하던 거류증, 여권, 여권 사본, 신청서, 수수료(1인당 1000 TWD=한화 약 4만 원)이다. 2차 신청 시에는 기존 거류증, 여권, 신청서만 있으면 된다. 신청서를 내면 자필로 사유를 적으라고 하는데, 나는 각각 다음과 같이 썼다.
1차 신청 사유:
“2021년 12월 31일 자로 현재 계약이 만료되어, 구직을 목적으로 2022년 6월 30일까지 거류증을 연장하고 싶습니다. (目前的合約2021年12月31日結束。為了找新的工作,想延期居留證到2022年6月30日。)”
2차 신청 사유:
"6개월 연장합니다: 2022년 12월 30일까지 (我要延期6個月: 到2022年12月30日)"
2차까지 신청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수수료를 더 내지 않아도 돼서 부담은 없었다. 사실 막판엔 거의 구직을 포기한 상태였고, 거류증 만료 즈음해서 한국에 돌아갈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주니어가 대만에 더 있고 싶다면서 아무 회사나 가면 안 되냐고 하길래 그냥 집에서 가까운 아무 회사나 들어가게 됐다. 눈만 좀 (많이) 낮추면 사실 대만에서도 취직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직요정은 대만에서 어떻게 취업을 했을까!
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라고 쓰고 생존기라 읽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