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
한국인에게 구직 사이트라고 한다면 [잡코리아]나 [사람인]을 떠올리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 같다. 그래서 대만 취업 준비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이러한 '대만의 국민 구직 사이트'였다. 현재 대만의 기업과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은 [104人力銀行]와 [1111人力銀行]이라고 한다. 중국도 그렇던데 왜 사이트 이름을 숫자로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기억하기는 쉽다. 하지만 중국어가 안된다면 사용이 좀 힘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런 니즈를 파악한 건지 104에서는 외국인 구직자를 위한 영어로 된 페이지를 만들어 놨다. 중국어 사이트에 비하면 지역 설정 등의 디테일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에 나는 나름 만족하며 사용했다. 영어 페이지는 외국계 기업이 많이 등록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왜 장점이냐 하면 연봉테이블이 대만 로컬 회사에 비해 높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대만 회사의 연봉은 한국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구직활동을 하다 보면 연봉이 조금이라도 높은 외국계 회사를 주로 찾아보게 된다. 연봉이 낮다고 해서 물가가 낮은 것도 아니고, 특히 타이베이의 물가는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라 솔직히 주재원으로 오는 것이 아닌 이상 현지 취업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중국어에 자신은 없지만 대만으로 취업을 하고 싶다면,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통해 아예 외국계 회사만을 위주로 알아볼 수도 있다. 적긴 해도 월드잡에도 간간이 대만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구인 정보가 올라오기도 한다(월드잡에서 구직을 하지 않더라도 해외취업에 성공하면 3회에 걸쳐 해외취업지원금을 지원해 주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신청하면 가계에 보탬이 많이 된다).
이렇게 구직 사이트를 알게 됐다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이력서를 올리는 일이다. 나는 한 7년 전쯤 중국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일찌감치 중국어 이력서를 만들어 둔 게 있었다. 이 이력서를 바탕으로 대만에 맞춰 간체자를 번체자로 바꾸는 등 새롭게 업데이트를 했다. 중국어 이력서는 한국어 이력서를 기본으로 해서 양식만 조금 변경한 정도이지만, 이 한국어 이력서로 말할 것 같으면(!) 면접에 가서 이력서 코칭을 부탁하는 등의 많은 노력을 쏟아서 만든(!!) 나의 사회 경력의 집합체(!!!)이다. 신입 때는 경력이 없으니 자기소개서에 많은 공을 들였다면(자기소개서 만으로 면접에 불려 간 적이 많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나서부터는 경력 및 프로젝트 위주의 이력서를 만드는데 공을 들였다. 그렇게 7년 동안 영문 이력서와 중국어 이력서를 포함해서 정말 많은 이력서를 쓰고, 수정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 이력서가 최고!'라는 뜻은 아니고-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거니까- '이렇게도 만드는구나' 참고 정도로만 봐주시길!
가장 상단에는 제목과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그 아래로 경력사항-교육사항-자격증-보유기술 순으로 내가 강조하고 싶은 항목부터 배치했다. 기본정보에는 이름, 거주지, 경력(연차), 성별, 나이, 국적, 연락처 등을 적었다.
洪 吉童 (GIL-DONG HONG)
│現居住韓國 │ 5 年工作經驗│ 女 │ 30 歲 (1993/12/25) │ 戶口/國籍:韓國
│郵箱: abc123@email.com
│電話: +82 10 1234 5678
경력사항에는 음영 부분에 일한 기간과 회사명 및 정보(업종|규모(직원수)|회사형태: 외국계/스타트업/대기업 등|직무)를 넣고, 그 아래로는 프로젝트 내용과 프로젝트에 사용한 기술 또는 툴 등을 나열하는 형식으로 적었다.
2019/08 – 2019/12 AAA Inc.(貿易| 少於 50 人|創業公司|計劃/開發/翻譯)
• 計劃新的項目(中韓合作)
• 開發/管理網站, 翻譯(中文)
교육사항과 유학 경험은 합쳐도 상관없으나, 나는 중국에서의 유학 경험(=중국어 실력)을 강조하기 위해 따로 뺐다. 교육사항에는 학교명/교육기관명 및 소재(한국 등)와 전공/교육 내용 등을 넣었다.
2018/03 - 2020/02 韓國大學, 韓國 主修電腦科學(本科, 畢業)
2015/06 – 2015/12 Multi Campus, 韓國 安卓系統應用程序開發人員課程
참고로 중국과 대만은 똑같이 중국어를 쓰기는 하지만, 중국은 간체자를, 대만은 번체자를 쓴다. 그리고 사용하는 단어도 다른 게 많다. '이력서'라는 단어만 해도 중국 본토에서는 简历 [jiǎnlì 찌앤리]라고 하고, 대만에서는 履歷表 [lǚlìbiǎo 뤼리뱌오]라고 하는데, 사실 뭘 사용해도 어디에서나 알아듣기는 한다. 대신 어디서 어떤 단어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중국이나 대만에서 공부했었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덧붙여 중국에서는 51JOB이라는 구직 사이트가 유명하다.
이력서를 올려놓고 나서부터는 기업으로부터 전화나 메일 등을 통해서 면접 제안을 종종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면접 제안을 받고 회사로 직접 면접을 보러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당시엔 코로나가 한창일 시기여서 전화나 화상 면접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몸이 편하긴 했지만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가 전혀 없는 전화면접은 특히나 난이도가 높아서 심적으로 부담은 컸다. 회사 이름을 제대로 못 알아 들어서 나중에 찾아보고 나서야 아! 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상황도 종종 있었다. 아무튼 원하는 직장을 직접 찾아보면서 이력서를 넣는 것도 좋지만, 나는 두 번의 대만 구직 모두 최종적으로는 사이트에서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 온 기업에 취업을 하게 됐기 때문에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꼭 올려놓기를 적극 권장한다.
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라고 쓰고 생존기라 읽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