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드리타라슈트라의 신하인 산자야가 장님인 드리타라슈트라에게 전황을 보고하면서 시작되는 바가바드기타는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종교, 윤리 문제를 다룬 저작)의 제 6권 가운데 일부분이다. 바가바드기타는 ‘지고자(至高者)의 노래’라는 뜻으로 힌두교의 경전이지만 현대의 명상수행자들에게도 중요한 지침서로 자리하고 있다. 바가바드기타는 내용이 방대하여 짧은 시간에 읽을 수도 없다. 설사 읽었다고 하여도 그 의미를 제대로 깨닫기까지는 수행하고 실천하는 훈련과정이 오랫동안 있어야 할 것이다. 꼭 경전으로서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내면과 본성을 들여다보며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으로서 바가바드기타를 만난다면 더없이 귀하고 특별한 책이라 하겠다. 15년 전에 구입해서 내 책장 한구석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바가바드기타>이다. 감히, 서평을 쓸수도 없는 책이다. 여기서는 내용 정리만 하려한다.
바가바드기타는 아르주나와 크리슈나(마하바라타의 저자인 비아사)의 대화내용으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르주나는 몰락한 판두 왕국의 다섯왕자 가운데 셋째이다. 첫째인 유디슈티라는 옛 판두왕국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던 사촌 두료다나의 꾐에 빠져 도박으로 나라를 잃고 12년동안 유배생활을 한다. 유배생활을 끝낸 유디슈티라는 자신의 나라를 돌려줄 것을 요청하지만 듀료다나는 거절한다. 유디슈티라가 쿠루왕가의 적법한 후계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판두형제(판다바)는 그리하여 사촌형제들(카우라바)과의 전쟁이 불가피하게 시작된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아르주나는 자신의 전차몰이꾼인 크리슈나에게 고뇌에 찬 질문들을 한다. 크리슈나는 비슈누신의 화신으로 해체와 파괴의 힘으로부터 우주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신이다. 내면의 영적인 힘과 지사의 왕권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존재로 사촌들간의 불가피한 전쟁에서 기꺼이 전차를 몰면서 아르주나를 격려하고 가르친다. 왕권을 되찾기위해 아르주나가 싸워야할 상대는 다름아닌 가까운 친척, 사촌 형제들이며 판다형제들을 길러준 큰아버지(드리타라슈트라)이며 스승과 친척 어른들이다. 세상은 친척들과 전쟁을 하는 아르주나를 비난할 것인가. 활쏘기의 명수이고 위대한 전사인 아르주나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망설이고 있는가. 바가바드기타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크리슈나가 말해줌으로써 전쟁터는 뒷전으로 밀리고 영적인 세계로 몰입하게 한다. 바가바드기타의 전쟁은 우리 인간의 내면에 있는 헤아릴 수 없는 판다바와 카우라바, 즉 선과 악의 영적인 전쟁인 것이다. 아르주나가 싸워야할 상대는 바로 친척이 아니라 자신 내부에 숨어 있는 악덕이며 세상속에 끌려다니는 자아이며 어둠과 무지인 것이다.
아르주나는 전쟁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문제에 부딪쳤다. ‘죽은 다음에도 그 영혼은 존재하는가.’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근원적인 실재가 존재하는가?’ ‘만약 그런 근원적인 실재가 존재한다면 그걸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이런 고뇌에 찬 아르주나를 격려하면서 크리슈나의 가르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참자아(아트만-atman)는 영원하다는 궁극적인 전제부터 선포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트만은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으며 영원하다. 영혼은 태어난 적이 없으며 죽지도 않는다. 태어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으며 태곳적부터 존재한 영혼은 육체가 죽는다고 해도 죽지 않는다. 자기가 태어나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 영원한 존재임을 깨달은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러니 아르주나에게 크리슈나는 아무 염려 말고 나가서 싸우라고 한다.
윤회와 환생에 대한 가르침으로 영혼은 이렇게 이생에서 다음생으로 계속 여행을 한다. 진정한 본성은 시간과 죽음에 종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원히 죽지 않는 참자아는 즐거움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은 오직 수행을 통해 직접 체험함으로써만 깨달을수 있음을 강조한다.
크리슈나는 집착에서 벗어나 마음이 초연한 상태에 머무르려면 피나는 훈련이 있어야함을 강조하며 요가를 언급한다. 카르마 요가(karma yoga-행위의 길), 바크티 요가(bhakti yoga-헌신의 길), 즈냐나 요가(jnana yoga-지혜의 길), 이 세가지 요가로써 끊임없이 요동치는 마음을 훈련한다.
훈련은 곧 행위이고 그렇기때문에 요가는 행위이다. 요가를 통한 깨달음이 충만한 상태로 성취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할수 있다고 한다. 올바로 판단하고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가지려면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아야한다. 마음을 통제하여 모든 이원성을 넘어야 진정한 그대 자신안에 머무를 것이며 절대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
영원한 참자아를 체험을 통해 직접 깨달음을 얻으면 일상적인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아르주나는 알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한 가르침으로 크리슈나는 말한 다. 그들은 괴로움속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며,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그것을 갈망하지 않는다. 그들은 탐욕과 두려움과 분노에서 벗어났으며, 생각의 흐름이 출렁거리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크리슈나의 가르침은 계속된다.
자신의 참자아(atman)를 깨닫고 그 자각이 지속되 는 사람은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다. 욕망은 표면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아트만은 사람의 핵심이기에 깨달음이 확고한 사람은 감각적인 쾌락이나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감각의 쾌락을 좇으면 좋고 싫음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그것은 결국 에고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참자아에 이르는 길은 점점 멀어진다. 감각의 쾌락을 좇다보면 감각의 노예가 되고 마지막에는 영적인 파멸에 이르게 됨을 경고한다.
크리슈나는 이기적인 집착없이 행동하는 '행위의 길'에 대해 설명한다. 카르마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행위'이다. 카르마의 법칙이란 어떤 행위와 그 행위에 따른 결과에 대한 법칙으로 모든 존재하는 것은 인과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심은대로 거둔다'는 도덕적인 가르침으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과거에 행한 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며 현재의 일이 미래에 나타날 현상의 원인이 된다.
육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한순간도 존재할수 없으니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피할길 또한 없다. 그러므로 삶의 단계마다 찾아오는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라. 결과를 기대하거나 집착하지 말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라. 모든 존재가 자기의 일을 함으로써 세상이 돌아가고 이것은 온 세상의 만물의 이치인 것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또 하나, 지혜의 길(주냐나)도 있다. 크리슈나는 지혜의 길과 행위의 길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지 않는다. 모든 행위는 타고난 본성적인 기운(guna-구나)의 흐름에 의해 저절로 일어난다. 본성적인 기운과 그 기운의 흐름에 따라 행위가 일어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행위에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고 서로 다른 기운의 상호 작용에 의해 저절로 행위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을 행위자라 생각지 않으니, 참자아에 몰입하여 행위하라한다. 아르주나는 왕자이며 위대한 전사이니, 타고난 기질에 맞는 길을 가라고 한다.
행위의 길은 가는 사람에게는 이기적인 목적에서 행위하려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아르주나가 알고 있으니, 아르주나는 크리슈나에게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 무엇인지 또한 알고 싶어한다. 현상세계에는 세가지 기운(구나)의 상호 작용에 의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밝고 고요한 기운인 삿트바 구나, 격정적이고 활동적인 기운인 라자스 구나, 어둡고 무거운 기운인 타마스 구나, 이 세가지 기운의 상호작 용에 의해 현상세계가 나타난다고 한다. 영적인 진화는 타마스에서 라자스로, 그 다음 라자스에서 삿트바로 진행되며, 마지막에는 이 세기운을 초월하여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행위를 하면서 라자스의 함정, 즉 분노와 이기적인 욕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 그대의 위험한 적은 다름아닌 그 이기적인 욕망이니라. 이기적인 욕망은 감각기관과 마음과 지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참된 지혜를 덮어 어둡게 만든다. 참된 지혜를 덮어 분별력을 어둡게 하고 이것이 망상과 절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니 그대의 위험한 적과 있는 힘을 다해 싸우라고 한다. 진정한 본성인 아트만은 구나의 활동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하며 그것은 어떤 행위가 일어나도 초연할수 있는 것이다. 마침내는 영원한 자유에 이르게 되리라.
세상이 어지러워서 경건해 지고자 합니다.
세밑이 더이상 어둡지 않길 바라며,
여기 들어오신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