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펄롱은 미혼모의 아들이다. 석탄상인으로 배달일을 하면서 안락한 가정을 꾸려나간다. 풍족하지 않지만 나름, 미래를 계획하며 살아가는 건실한 가장이다. 그가 어느 날, 우연한 현실을 마주한다. 그냥 지나치고 외면하면 사소하고도 작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면 거대한 진실이 들어있는 현실이다. 내가 그였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는 동안, 그는 이미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한다.
그 용기는 잘 자란 어른이 베풀 수 있는 온정 이상의 것이다. 자칫하면 그의 직업도, 그의 가정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는 아주 작고 가녀린 손을 붙잡고 수면 위로 올라온다. 성장 과정에서 내면적 결핍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미시즈 윌슨이라는 어른의 따뜻한 사랑을 받았기에 삶을 성찰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렇게 잘 자란 어른이 어려움에 처한 아이를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소설은 그 어떤 구체적 설명 하나 없이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그가 꾸린 안락한 가정이 있어도, 인간이 가져야 하는 고독과 지겨움이 설핏설핏 그의 발목을 잡더라도, 살아야 하는 것들은 또 그렇게 살아 나갈 수 밖에 없는 쓸쓸함이 문장 곳곳에 배어 나온다. 그렇지만 생존이 그 목적인 사람들에게는 지겨울 틈도, 사고할 틈도 없다는 것을 펄롱은 명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남자들처럼 미사 마치고 맥주 한두 잔 마시면서 쉬고 즐기고 저녁 배부르게 먹고 불가에서 신문을 보다가 잠들 수 없는 걸까?' Page 93
책이 주는 울림은 새벽 공기를 가르는 새의 소리처럼 맑다. 너무 맑아서, 요원하기도 하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제목도 참 좋다. 읽는 내내 사소한 것들이 훅 스치듯 들어와서 한숨 두숨, 숨을 고르고 읽었다. 소설이라기엔 짧고, 시라고 하기엔 조금 긴 산문시 같은 소설. 내가 무어라고 문장을 붙이는 것조차도 그녀의 소설을 훼손하는 행위 같아서 그만 두련다. 직접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