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꿈이 있다. 네모반듯한 하얀 종이 위에 '요한복음 5:3'이라고 적혀있는 꿈. 그 당시 잠결에 일어나 얼른 메모한 뒤 다시 잠이 들었다. 한참 자고 일어나 메모해 뒀던 성경 구절을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있었다.
'그 안에 많은 병자, 맹인, 다리 저는 사람, 혈기 마른 사람들이 누워 [물의 움직임을 기다리니'
지난달에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은 후로, 갑자기 마음이 예민해졌다. 사람들이 자꾸 나에게 연락해서 본인의 힘든 사정을 털어놓는 것도, 심지어 일상적인 대화에 답장하는 것도 버거워졌다. 벌써 교회에 가지 않은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고, 무기력하게 하루하루 지내던 중이었다. 갑자기 연락과 만남을 소홀히 하니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기운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 걸까? 꿈에서 나온 성경 구절에 뭔가 의미가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위에 언급한 구절에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무력하게 누워 물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는 내용이 나온다. 그들이 물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이유는 병이 낫기 위해서이다. 뒤에 이어지는 구절에 따르면, 천사가 물을 휘저어 놓고 나서 맨 먼저 들어가는 사람은 무슨 병에 걸렸든지 낫는다.
거기에는 38년 된 병자가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그에게 낫고 싶냐고 물으셨다. 그는 물이 움직일 때 자신을 넣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간다고 했다. 예수님이 그에게 일어나서 걸어가라고 하셨고 그는 곧 나아서 걸어갔다. 예수님은 그저 말씀하셨을 뿐이고, 그는 말씀을 들었을 뿐인데 병이 나은 것이다.
이 구절을 통해서, 혼자서는 병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과 회복을 위해서는 기다림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세상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알려진 방법으로는 도저히 병이 나을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예수님의 말씀으로 병이 나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공교롭게도 내 나이가 위에 언급한 병자와 같아서 그런지, 좀 더 내 상황에 비추어 성경 구절을 읽게 됐다.
나는 신체적 결함이 없어서 일어날 수도 있고 걸을 수도 있지만, 때론 일어난 게 일어난 게 아니고, 걷는 게 걷는 게 아닐 때가 있다. 영적으로 병들어 있을 때가 바로 그런 때이다. 내 인생에 가장 활력 넘치고 기뻤을 때가 언제인지 돌아보면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감을 누릴 때였다. 영적으로 병든 지금, 나는 주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하나님이 계신 줄 몰랐기에 우울한 마음이 오면 끝까지 파고들었고, 희망이 없어서 절망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님께서 때가 되면 분명히 회복시켜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힘들어도 희망이 있다. 어서 다시 일어나 걷고 뛰면서 주님을 찬양하고 싶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