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과 커리어의 관계 설정
나의 커리어 정체성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전에, 먼저 내 전체 삶에서 커리어가 어떤 의미인지, 얼만큼의 자리를 차지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내 삶과 커리어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할 것 같았다.
10년 후의 삶을 상상하면 뭐가 그려져?
5년 전쯤이었던가, 지금의 남편 - 당시의 남자 친구 - 이 내게 물었다.
나는 10초 정도 생각한 뒤 들뜬 목소리로 내가 그리는 10년 후의 삶을 신나게 이야기했다. '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어.'라고 생각하면서 남편의 반응을 기다렸는데,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네 그림에 '우리'는 없네?
어...?
그러고 보니 내가 그린 10년 후 삶은 온통 일로 가득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무엇을 이루었을지. 일과 연관되지 않은 삶의 요소들 - 일하지 않는 나, 가족, 친구 - 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 순간 삶이 커리어보다 더 큰 상위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삶 전체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한참 동안 한 곳을 비추고 있던 카메라가 줌아웃(Zoom Out)이 되면서 카메라 앵글 밖에 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혁오의 SkyWorld(하늘나라) 뮤직비디오처럼 말이다: https://youtu.be/MAdQyx88k7E
누군가에게는 날 때부터 너무나 당연한 개념일지 몰라도 내게는 새로운 시각이었고 큰 깨달음이었다. 이때부터 내 삶과 커리어의 관계 설정을 위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게 내 커리어 사춘기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커리어가 더 큰 삶의 일부라면, 커리어 외의 나머지 삶은 어떻게 생겼을까?'
'커리어는 내 전체 삶에서 어떤 의미일까?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어떤 역할을 할까?'
와 같은 질문들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방식으로 삶에서 커리어를 정의하고 있더라. 예를 들면,
친구 A는 커리어가 '내 삶에서 세상에 기여하는 부분 또는 방법'
친구 B는 '삶에서 내게 주어진 재능을 활용하는 방법'
친구 C는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
친구 D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자본을 마련해주는 경제활동 수단'
친구 E는 '내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어내는 여러 수단들 중 하나'
라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나로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았다, 내 삶은 내가 설계하기 나름이니까.
고민 끝에 나는, 내 삶과 내 커리어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기로 했다. (허접한 그림으로 표현해보았다 ^^;)
내 삶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 나(Self), 가족/친구(Friends&Family), 사회(Society)
내게 삶이란: 내가 내 삶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
1) '나(Self)'와 '나(Self)'의 상호작용: 자아성장
2) '나(Self)'와 '가족/친구(Friends&Family)'의 상호작용: 관계
3) '나(Self)'와 '사회(Socity)'의 상호작용: 일, 커리어
내 정체성: 내 삶을 살아가는, 삶의 3가지 구성요소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해 나가는 주체
내 삶의 목표:
1) '나(Self)'와 '나(Self)'의 상호작용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
2) '나(Self)'와 '가족/친구(Friends&Family)'의 상호작용 안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
3) '나(Self)'와 '사회(Society)'의 상호작용 안에서 상호 수혜적인 관계를 맺는 것
내게 일이란: '나(Self)'가 '사회(Society)'와 상호 수혜적인 관계를 맺는 행위로, 사회에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함과 동시에 사회로부터 기회와 인정, 보상을 받는 방법
내게 커리어란: 전체 삶 속에서 '나(Self)'와 '사회(Society)'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궤적
물론 삶에 대한 이러한 정의와 설정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방법이고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내 커리어가 내 삶에 가지는 의미와 역할을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내 커리어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는지를 고민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