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 앵거스 플레처
일단 이 책을 집어 들면 '무겁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700쪽에 가까운 베개에 쓰기 좋은 책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책 두께와 달리 쉽게 빨려 들어갑니다. 그리고 읽고 나면 서점으로 달려가 고전 문학을 장바구니에 담으려는 충동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그만큼 문학이 우리에게 얼마나 유익한지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각 장 별로 '발명품'이라는 형태로 문학의 이점을 설명해주니, 두께에 이미 질릴 것 같은 분들은 목차를 보고 흥미로운 부분을 먼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왜 우리는 납량특집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할까요? 왜 우리는 스릴러, 서스펜스 영화를 좋아할까요? 우리가 무서운 이야기를 들을 때 뇌에서 엔도르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는 허구적 위협으로 우리 뇌에 실감 나는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킨다. 아드레날린으로 맥박을 고동치게 하고, 기분 좋은 엔드로핀을 척수에 흘려보내는 식으로 우리에게 생리적 흥분제를 투여한다. (p317)
간혹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무서운 영화 혹은 스릴러 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고양되고 들뜨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똑똑할 때는 매우 똑똑하지만 간혹 멍청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포감과 유쾌감을 비슷하게 지각한다고 합니다.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사실 공포감과 유쾌감은 정신적 기원이 같다. 둘 다 뇌가 기이한 것을 지각했을 때 나오는 반응이다. (p321)
또한 방황하는 이야기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심리적 방황이 주는 혜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창의성을 기를 수 있고, 오랫동안 괴롭히던 문제에 대한 참신한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다. 게다가 그 자체로 재미있어서, 행복감을 높이고 삶을 더 흥겹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가장 근엄하고 진지한 과학자들조차 요즘엔 심리적으로 방황할 시간을 내라고 권한다. 독창적인 꿈을 꿀 시간, 삶의 지루함을 흥겹게 날려버릴 시간을 어떻게든 마련하라고 권한다. (p464)
문학을 읽으며 우리는 용서를 연습할 수도 있습니다.
문학을 이용해 용서를 연습함으로써, 우리는 신경 세포를 더 강하고 더 자주 공감과 반응하도록 길들일 수 있다. 집단적 분노와 개인적 스트레스를 줄여 우리 사회를 더 포괄적이고 풍요롭게,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가꿔나갈 수 있다.(p123)
문학뿐 아니라 어떠한 형식의 이야기, 영화, 음악에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문학은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읽는 고상한 취미, 삶에 도움은 안 되는 한량의 독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사실 제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문학은 우리의 삶에 분명 도움이 됩니다. 자, 이제 저는 셰익스피어를 읽으러 가보겠습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