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예쁜 거 볼 줄 몰라서 그러는 줄 아나?
난 취향이 확고한 편이다.
어릴 때 부터 확고하고 까탈스러운 편이었다.
그러나 그에 비해 내가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나 집의 인테리어는 중구난방이다.
이유는?
흙수저니까.
예를 들면, 내 마우스는 환타 오렌지색이다. (대체 이런 색으로 누가 만들었어!)
제일 싫어하는 게 오렌지색, 절대 몸 가까이 두지 않을 색인데 매일 사용하고 책상 위에 턱 하니 있는 이 핑크도 아니고 피치도 아닌 오묘한 환타 오렌지색 마우스.
왜냐고? 더 싸니까!
기능이 똑같은데 컬러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인기 컬러는 4만원, 쑥갓 그린은 3만 8천원, 환타색은 3만 2천원, 뭐 이런식이다.
그럼 내 취향에 안 맞는 환타색과 쑥갓 같은 이끼 그린 사이에서 미친듯이 고민하게 된다.
흙수저인 나에게 "색이 안 예쁘잖아" "디자인이 내 취향이 아니야" 따위는 사치란 말이다.
쓰던 마우스가 너덜너덜 해져서 고장 나면 새 마우스를 못 살 정도로 가난하진 않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싸게 살 방법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취향이니 인체공학이니 이런 건 버리게 된다.
그래서 내 마우스패드는 오트밀, 마우스는 환타색, 모니터 스탠드는 블랙, 연필깎이는 녹그레이, 필통은 보라색, 펜꽂이는 핑크.
누군가는 내 책상을 보면서, 취향이 왜 저래? 할 수도 있겠다.
(보는 사람마다 외치고 싶다. 오해하지 마세요! 절대 이런 취향이라 일부러 고른게 아니에요!)
자본주의 경제에서 '보는 눈', '취향'도 돈이 있어야 고집할 수 있다.
사진: Unsplash의Barbara Chowani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