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때요? 괜찮아요?"
내면의 말을 키워서 잘 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듣는 것이다.
상대의 겉으로 드러난 말만을 듣기보다는 내면의 말을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 보통은 오랜 시간 지낸 후 상대를 알고 나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게 된다. 말 센스가 있다면 상대가 겉으로 표현하는 말속에 깃들어 있는 의도를 알고 적절히 반응한다. 즉 내면의 말을 들을 때 가능하다. 상대의 말이 얼핏 듣기에는 건조하고 공격적으로 들릴지라도 그 뒤에 담겨 있는 투박한 정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을 때 내면의 말을 들을 수 있고
겉말 이면의 진심과 감정을 들을 수 있다.
이것이 말 잘하는 비결이다.
SBS에서 방영하는 「집사부일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새로운 사부를 초대한다. 한 번은 탤런트 이서진이 사부로 초대되었다. ‘서지니 탐구생활’이라는 주제로 그의 평소 말투를 분석했다. 이서진의 무뚝뚝하고 시크한 말투를 문제로 내고 말의 속뜻을 맞추는 퀴즈 코너였다. 문제 내용이다.
문제 1. “너 요즘 뭐하냐?”라는 말이 의미하는 뜻은?
①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② 지금 여기서 뭐 하는 짓이야.
③ 또 만나서 정말 반갑다(어색). ④ 사랑해.
문제 2. “너, 미쳤구나?”라는 말의 속뜻은?
① 참신한데(놀람)? ② 너 정말 마음에 든다(감탄).
③ 최악이다(답답). ④ 나 뭐하면 돼(준비완료)?
문제 3. 주관식 “그만해, 이제”가 의미하는 바는?
문제 1과 2에 관한 답은 ①번과 ④번이다. 문제 3에 관한 답은 ‘오늘 정말 고맙다!’이다. 코너를 진행하는 이승기는 그가 반어 화법의 마술사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물론 절친인 이승기였기에 그의 말에 숨어있는 속뜻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요즘 우리 시대 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의도하는 바를 분석해야 할 만큼 말 표현이 다양해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생각보다 내면의 말과는 다르게 겉말이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오글거린다’며 정서적인 표현을 제한하는 사회 분위기는 자연히 정서 결핍으로 연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내면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는 더욱 소중하다. 내면의 말은 상대의 생각이고 감정이기에 내면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관심이다. 정서 표현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꼭 필요한 흐름이다.
브런치 박창선 작가는〈신입사원을 위한 직장인 언어 사전 50〉에서 이메일과 SNS 언어의 속뜻을 정리했다. 그는 이러한 예가 뇌피셜이라며 도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한다. 그의 정리된 말을 편의상 겉말과 알아차린 내면의 말로 명명했다.
일하며 쓰는 언어가 반복되다 보니 표현되는 겉말 이면에 말하고자 하는 내면의 말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겉말을 보면 업에 따라 특별한 언어적 소통 문화가 형성됨을 알 수 있다. 표현되거나 설사 표현되지 않더라도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그들만의 언어가 발생한다. 사회생활에서 겉으로 표현되는 말을 통해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내면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원활한 소통을 하려면
상대의 진정한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내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말에는 표현된 말 그대로가 아닌 함축하고 있는 뜻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마음을 잘 읽는다는 것은 내면의 말속에 함축된 의미를 읽어주는 태도이다. 내면의 말을 읽어주려는 방법은 상대의 핵심 감정을 질문하는 것이다. 추측하고 판단하여 그냥 넘기지 말고 핵심이 되는 감정을 말할 수 있도록 질문해 준다.
B: D 씨의 표정이 별로인 거 보니 기분이 안 좋은가 봐. 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말 걸자. -X
B: 아침부터 시무룩해 보이던데 괜찮아요? 무슨 일 있나요? 기분이 안 좋아요? - O
D: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사실 아까 좀 서운하더라고요.
B: 아, 서운했군요. 별거 아니긴~ D 씨로선 그럴 수 있어요.
이처럼 상대의 핵심 감정에 대한 질문은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
내면의 말에 귀 기울여 물으면 상대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하고 열린 대화로 이어진다. 말 이면의 의미가 담겨 있는 흔한 말 중 하나는 ‘모르겠다’이다. 예를 들어 “당신 말을 잘 모르겠네요.”라는 말은 정말 모르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 제안이 ‘마음에 안 든다’ 즉 ‘싫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내면의 말에 귀 기울지 않으면 함축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다음과 같은 대화를 하게 된다.
“선화 씨, 당신이 한 말의 의도를 잘 모르겠네요.”
“그러세요?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그건요, 제가 그동안 해왔던 데이터 수집으로..” - X
“그러시군요. 어떤 부분을 수정, 보완해야 할지 알려 주시겠어요?” - O
생각을 키우면 알짜배기 말을 할 수 있다. 생각을 키우려면 내면의 말이 자라도록 자기 생각의 경향성을 파악하고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정리해야 한다. 또한, 상대의 내면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자. 마음을 읽어주면 상대의 핵심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릴 수 있다. 겉으로 표현하는 말 이면의 함축된 의미를 파악하려는 태도를 실천하도록 하자. 이것이 말 잘하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