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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꾼 Feb 11. 2021

빵이 너무 맛있어

"한 입 배어 문 순간을 상상해!"

명절에 휴가를 더해 긴 연휴를 앞두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분주했던 하루였다. 

4주에 걸쳐 진행하던 자격 관련 과정을 일단락 지으며 홀가분해졌다. 긴장이 풀리며 목이 말라 떠오른 곳, 

회사 근처 베이커리 카페이다. 자주 가던 그곳은 아이스라테 맛이 딱이다. 

'아 지금 그거다 그거.' 아라를 시켜놓고 잠시 앉아 오랜만의 여유를 누리며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빵을 고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찬찬히 본다. 손에 한아름씩 빵을 산 사람들은 

아이와 고른 빵을 열어 놓고 마음 또한 펼쳐 놓으리라. 평온함이 느껴졌다. 



나는 빵을 참 좋아한다. 

몸이 원하는 대로 먹는다면 아마 난 바지 사이즈를 늘렸을 것이다. 나의 미각을 자극하며 

먹고 싶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진열된 이런저런 종류의 빵들을 

싹 다 흡입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녀석들을 보면 하하하~! 행복해진다. 

'뭘 먹지? 오늘은 뭘로 먹어볼까? 이건 너무 달지 않을까?' 고민하는 시간들이 설렌다. 

이것저것에 기웃거리지만 사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적은 별로 없다. 

새로운 맛에 실망하며 빵과의 행복한 누림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이다

버터맛이 듬뿍 나고 치즈가 들어간 빵을 좋아한다. 치아바타나 스콘같이 담백한 것을 좋아하지만 

크림이 듬뿍 들어간 느끼한 빵도 좋아한다. 크림의 종류는 하얀 버터크림이거나 연유가 발린 것이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첫 번째 녀석은 샌드위치다. 

언제라도 끌리고 끼니로도 충분한 샌드위치. 애그 듬뿍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샌드위치엔 그냥 늘 관심이 있다. 뭔가 소풍을 가야 할 것만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남편과 한강이나 공원을 갈 때 피크닉 가방에 들어가 앉아 우릴 기쁘게 해 준다.

 어릴 적엔 고기를 잘 먹지 않았고 그 여파로 기름이 너무 많은 것은 좋아하지 않기에 아직도 베이컨은 내키지 않는다. 사실 소시지, 햄도 잘 먹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년 전 여름, 물놀이를 가서 먹었던 핫도그로 인해 소시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한여름에 오션월드는 재미있었으나 추위를 많이 타는 내게는 한낮인데도 대체로 추웠다. 그곳에서 먹었던 뜨끈한 라면과 핫도그의 맛은 그 후로도 생각이 났고 난 그 이듬해에 또 그곳에 갔다. 지금 생각하면 물놀이에 대한 흥미는 두 번 째였고 그 핫도그 맛을 잊을 수 없어 간 듯하다. 

그냥 서울에서 사 먹지 왜?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때 그곳, 그 상황에서 느꼈던 그 맛, 그것은 각인되어 그 날의 추억을 더욱 빛낸다. 



또 좋아라 하는 빵은 크루아상이다. 디저트로 가장 많이 입 안으로 빨아들이는 녀석. 

작년 문래동에서 발견한 아이. 버터맛이 제대로 나면서 고소하고 바삭한 크로와상.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행복한 한 때를 기억한다. 그런데 최근에 오목교 근처 커피숍에서 꽤 괜찮은 크로와상을 만났다. 커피집인데 커피 맛은 그냥 그렇고 빵이 맛 좋아 같이 간 일행과 거긴 빵 맛집으로 결론을 냈다. 

그런 맛이라면 언제든 먹어주리라.



부드러운 촉감을 주로 좋아한다. 보들보들한 마들렌. 버터맛에 식감까지 내게는 딱이다. 

버터맛 하면 또 식빵이다. 부드러운 식빵을 굽지 않고 맛을 음미하며 한 입 한 입 

반달 모양을 내며 먹는 것도 좋아한다. 마치 폭신한 시폰을 뜯어먹듯이. 

물론 토스트기에서 툭 튀어 올라온 식빵의 온기가 가득할 때  

버터만을 듬뿍 발라 사르르 녹여 먹는 식빵의 맛은 정말이지 너.무.  너.무. 행복하다. 

또한 프라이팬에 버터를 잘라 두르고 계란에 빠진 식빵을 지져 딸기잼을 발라먹는 옛날 토스트도 그만이다. 그러고 보니 버터맛과 식감이 내겐 중요한가 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쫀득함이 살짝 느껴져도 좋다.  

이렇게 쓰다 보니 좋아하는 맛이 확실하구나 느껴진다. 근데 빵집에서 왜 그리 고민하며 고를까? 

새로운 것을 시도할지 고민하는 시간일 뿐 아니라 


좋아하는 걸 바라보며
그 애들이 많이 있는 공간에 들어가
세심히 살펴보는 시간이 내겐 중요한 거다.
잠시 후 만족스럽게 음미할 것을 상상하는 순간이
소중하기에 시간을 들이는 거다.
단순히 빵을 좋아하는 것이라기보다
내 느낌에 충실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인 것이다.




요즘 꽂혀있는 게 있다. 바로 마늘빵이다. 딱딱한 마늘빵을 일부러 사서 먹은 적은 없었다. 주로 파스타를 먹을 때 나오는 마늘빵을 먹었을 뿐이다. 어느 때부턴가 회사 앞 파리바게뜨의 마늘빵을 즐겨 먹기 시작했다. 

집 앞 같은 매장에 들어가 보았지만 메뉴가 없었고 또 다른 곳에서의 마늘빵은 실망스러웠다. 

그곳의 마늘빵이 난 좋다. 남편에게도 전염시켰고 우린 요즘 마늘빵을 즐기는 중이다. 

오늘도 긴 연휴를 위해 행복한 시간을 상상하며 사 왔다.

 


몇 년 전 뉴욕 센트럴파크 앞에서 수제버거집을 가는 길에 파리바게트를 보고 그냥 들어갔다. 

그곳에서 우리나라 브랜드를 보니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 나라 취향에 맞게 운영되고 있었고 종류는 훨씬 더 많았다. 화려한 색과 모양으로 멋지게 뽐내며 진열되어 있는 빵과 케이크들을 보니 괜히 들뜨고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언제라도 손이 가는 버터크림빵이다. 하얀 크림이 가득 들어 있는 긴 빵을 배어 물면 예전부터 좋아하던 녀석과 내가 하나가 되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엄마는 미색을 띠는 슈크림을 좋아하신다. 엄마도 늘 같은 빵을 사시곤 했다. 그보다 더 전에 내가 유치원생일 때는 우리 집에 과자와 빵, 라면이 없었다. 엄마는 파는 과자 대신 다 만들어 주셨다. 어릴 적 밀가루를 반죽하고 튀겨서 꽈배기를 만들어 먹던 기억이 생생하다. 엄마와 언니들과 다 같이 모여 반죽에 칼집을 두 개 내고 엮어서 모양을 만들고 밥공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기름에 튀긴다. 큰 채반에 종이를 대고 노릇노릇하게 익은 꽈배기와 도넛을 건져 베란다에 내다 놓는다.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식기만을 기다리며 창문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도넛을 바라본다. 

그렇게 만든 꽈배기는 한동안 우리의 간식시간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 

도넛을 만드는 날이 어찌나 신나던지 어린 시절 추억의 한 페이지다. 




엄마는 나의 이런 추억을 어떻게 기억하실까? 궁금하다. 오늘 만나면 여쭤 봐야겠다. 

잠깐의 여유가 

과거에 행복했던 여러 날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에 소소한 힐링을 느끼며 감사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생각의 흐름을 따라 구체적으로 묘사하다 보니 

 취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 머무르고 고민하는 이유는 우유부단하다기보다는 

음미하고 누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자체가 

지금 나에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느낌에 충실하자. 머뭇거림을 존중하자

내일도 난 빵을 고르고 먹고 행복한 느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갈 것이다. 

연휴를 시작하며 느낀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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