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힘드니까 앞으로 내가 알아서 말할게."
이미 언급했다시피 말은 그 자체로 사람 사이의 브리지 역할을 한다. 안전한 브리지 역할을 하려면 일관되게 말해야 한다. 또한 제삼자인 사람이 중간에서 브리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은 제삼자의 말을 통해 가까워지기도 한다. 사례를 보자.
갓난아기를 키우는 부부가 있다. 그들은 딸을 키우며 힘든 육아를 도와주는 이모님과 함께 생활한다. 상반된 육아 방법으로 부딪히는 아이 아빠와 이모님을 아이 엄마의 말로 해결하는 장면이다.
아빠: 이모님, 아기가 방금 우유 먹어서 그렇게 흔들면 안 돼요.
이모님: … 알았어….
아빠: (병원에서 우는 아기를 보며 심각한 얼굴로) 아기가 왜 울어요?
이모님: (아기를 안고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몸무게 재느라 잠깐 뉘었는데 우네.
아빠: 저번엔 안 울었는데 어디 아픈 거 아녜요?
엄마가 집에 오자 방에 들어가 시집살이보다 더하다고 호소하는 이모님께 하는 말,
엄마: 늘 감사해요. 이모님 없으면 우리 집은 안 돼요. 그냥 막내아들의 투정이다 생각하세요.
마음이 녹은 이모님은 함박웃음을 보였다. 아내는 이모님과의 마찰로 대면 대면한 남편이 미울 수도 있을 텐데 다독인다.
아내: 오늘 어땠어? 이모님 어떠신 거 같아?
남편: (어색하게 시선 회피하며) …….
아내: 힘들었지? 그래도 우린 복이 많아. 이모님 참 좋은 분인 듯해. 좀 있으면 도서관 가서 아기에게 책 읽어주실 거래. 똑똑해지라고. 생각 많이 해주셔. 육아전문가시니 믿고 맡기자. 자기 힘드니까 이모님께는 앞으로 내가 알아서 말할게.
남편: (눈 맞춤하고 수긍하며) 그래, 믿을게. 그렇게 하자.
아내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마음을 알아주는 어진 말이다. 그녀의 말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브리지(Bridge)가 되었다. 현명한 중간자 역할이었다. 두 사람의 다른 입장, 경험의 차이를 인정했다. 서로 다른 양육관을 이해하고 다독이는 말은 서로를 존중으로 연결하는 브리지 말이었다.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니 서로의 마음이 열렸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말을 하는 목적은 상대의 변화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열고 얻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대의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자기 진심을 전하면서 상대의 본심을 알려면 많이 들어주고 속도를 맞춰 기다려주는 게 방법이다. 그러면 브리지 역할을 하는 말은 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상대가 자기 진심을 가감 없이 쏟아내고 싶도록 정성으로 듣자. 그럴 때 말의 목적인 이청득심(以聽得心)이 이루어진다. 말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만나게 하는 안전한 브릿지가 될 것이다.
책 "참 괜찮은 말_마음을 담다(2020)"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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