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아기오리 재탄생 이야기
나는 우리 동네가 좋다. 매일 아침 아빠, 엄마가 챙겨주신 아침을 후딱 먹고 나면 자유롭게 실컷 날아다닌다. 엄마와 언니들에게 배운 나는 법과 아빠의 응원으로 온 동네를 날아다닌다. 거침없이 마음껏 날아다닐 때 온 세상이 내 것이 된다. 처음에는 집 근처 나무들을 산책하며 나무 가지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놀았지만 점점 다양한 날갯짓으로 좀 더 멀리 새로운 곳으로 마음껏 날아오른다.
"다녀오겠습니다!"
"천천히 다녀, 프리버드. 오늘도 이야기 한가득 가져올 우리 막내, 엄마는 여기서 기다릴게, 벌써부터 설레는걸!"
언제나처럼 나를 믿어주는 엄마의 다정한 말이 나의 비상을 재촉한다.
나는 우리 엄마가 너무 좋다. 항상 내 곁에 있는 우리 가족이 참 좋다. 조금은 도드라진 나의 특별함도 나의 어떤 모습도 포근히 안기는 느낌, 내가 느끼는 수많은 것 중에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준다.
겨울이 오고 해가 바뀌고 드디어 학교에 다닌다. 새로운 걸 좋아하는 내게 학교는 기대 가득이었다. 그러나 낯선 곳을 즐기는 내게 학교는 점점 더 낯설었다. 학교도 내가 낯선 듯했다.
"프리버드, 과제 내용은 좋으나 방법이 좀 색다르구나, 이런 걸 사용해본 학생은 없었는데.."
"체육시간에 모두가 A코스를 다녀왔어, 왜 너만 B코스를 선택했을까?"
'다른 새 친구들과 같은 방식을 원하는 걸까? 왜? 왜 똑같아야 하지?'
학교 종탑 맨 꼭대기에 오르면 전설처럼 들려오는 화살이 종 옆에 꽂혀있다고 한다. 누구든 재학생 중에 그 화살을 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전해 내려오는 전설적인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여테껏 그 화살을 쏘아본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교장선생님이 싫어하시기 때문에 화살을 쏘는 새는 미운털이 박혀 영원히 왕따를 당할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어느 날, 청소를 하다가 프레임 버드가 선생님의 찻잔을 깨뜨렸다. 선생님은 불같이 화를 냈고 프레임 버드는 듣고만 있었다. 친구가 당하고만 있는 게 부당하게 여겨져 말했다.
"선생님, 프레임 버드가 선생님의 감정 쓰레기통은 아니잖아요!"
이 말에 할 말을 잃은 선생님과 아이들은 조용해졌다. 청소 시간 후 프레임 버드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프리버드, 아까 말이야, 고맙지만.. 사양할게. 다른 애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네가 가끔은 멋져 보여. 그렇지만 교장선생님이 싫어하는 건 그냥 안 해야 할 거 같아서.."
마음이 답답했다. 높은 종탑 꼭대기로 날아올랐다. 종 옆에 화살 하나가 꽂혀 있었다.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고 화살을 살며시 집어 들었다. 화살을 깃털로 감싸니 전설처럼 들려오는 이야기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정말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까?'
활시위를 힘껏 당겨 숨을 멈췄다. 지금이다! 힘차게 쏘아 올렸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화살은 불꽃으로 변해 어두운 하늘을 환하게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 불꽃 화살을 타고 날아간 곳은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하얀 구름에 두둥실 몸을 맡기고 앉았다. 각 나라에서 준비해온 불꽃 축제의 폭죽이 음악에 맞추어 터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환상적인 순간이었다. 그곳에는 엄숙한 규칙도 없었고,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우스운 규율도 없었다. 다 똑같이 행동하고 따르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말도 안 되는 정해진 답은 오히려 수치스러운 발상이었다. 오직 자신의 느낌대로 날고 축제를 즐기며 체험하고 스스로 느껴 성장하는 세상이었다.
내가 존재하고 인정받는 곳. 있는 그대로의 존재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
화살은 나를 데리고 어느 집 정원 풀밭에 도착했다. 거실 창문이 넓은 집 앞마당에 풀밭, 식사가 정성스레 준비되어 있는 테이블이 6개 놓여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를 부르는 소리, 내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리며 물었다.
"괜찮아?"
..
이런 내가 정말 괜찮은지 잘 몰라 생각하는 사이, 또다시 내게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그리고 이거 봐, 프리버드. 네가 늘 말하고 꿈꿔오던 풍경에 네가 서있어. 너라서.. 너니까.. 이렇게 해냈다."
"고마워 프리버드, 초대해줘서. 넌 해낼 줄 알았어, 넌 남달랐거든."
지난날 학교에서 남과 다른 나를 이상하게 여기며 거리를 두던 친구들과 교장선생님이 내게 찾아와 잘 보이려 말하고 있었다. 내겐 예전에 그들이든, 화살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만난 그들이든 상관없다.
"나는 나야. 휘이익~ 쏘쏘 쏘~ 휙휙~. 난 딱 이만큼 행복해서 웃는 거거든. 내 느낌대로, 느낀 만큼 행동한다. 그게 나니까."
오늘도
훨훨 날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만큼
날고 있어!
나답게
굴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