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차가운 아줌마 손을 그래야 잡을 수 있었던 건데.. 눈치도 없이 내가 그걸 뺏은 거였던 거다. 바보 똥 멍청이..!
그러고 나서 좀 진정되고 일상 얘기들이 다시 흐른다. 가끔은 웃기도 하고 농담도 나오고 왁자지껄 하다 순간 예기치 않게 정전 같은 정적이 화들짝..! 찬물을 끼얹은 것 마냥, 이 순간이 죽음 직후라는 것을 상기시켜버렸고
아저씨 입에서는 기어코
It's unreal...
탄식 같은 문장이 나온다.
그런데 나는 55년을 넘게 함께 살았다는 이 부부가 왜 이리 부러운가.
Dot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일 것이다.
일주일 뒤 포트 앨런의 작은 교회당에서 장례식이 열렸다.
마을 구석구석 울리던 파이프 소리를 뒤로 하고 식장에 들어서니 아마도 평소 Dot이 좋아했던 것 같은 노래들이 교회당 안에 흐르고 있었다.
50대 초반의 여성 신부님이 진행하는데 완벽히 이해는 못했지만 이 들 부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조곤조곤 농담도 섞으시면서 알려주신다. 만난 지 6주 만에 결혼을 했다는 부분에서는 교회 안 사람들의 낮은 감탄소리가..! 그럼에도 이토록 완벽한 평생의 팀일 수 있었다니..!
신부님 강론 중간 다 같이 일어나서 오르간 반주에 맞춰 노래를 시작하길래 요단강 어쩌고 하는 찬송가려니 했는데 Morning has broken이다.
Aㅏ..! 이토록 아름다운 송가라니..
아마도 Dot이 좋아했던 음악이었겠지? 마지막에 식이 끝날 땐 Eva Cassidy의 songbird가 나온다. 그 노래를 뒤로 하며 장례식장을 나오니 또다시 백파이프 소리가 비 오는 포트 앨런을 감싸고 있다. 백파이프 소리는 구슬픈 송가였다.
걱정되는 마음에 장례식이 끝난 며칠 뒤 다시 보고 온 Don아저씨. 이번엔 아저씨 허리가 말썽이라 그때 Dot 아줌마 쓰시라고 드렸던 파스를 아저씨 허리에 붙여드리고 Dr.Kim이라는 별명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