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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Dec 26. 2022

새로운 시작, 신규 팀 빌딩과 운영 계획 수립

사내벤처에서 정식 사업 조직이 되었다. 그렇게 다시 새로운 출발!  

사내벤처로 최종 사업화 승인을 받았지만 우린 스핀오프(분사)는 하지 못했다. 이 결말은 사내벤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사람마다 내리는 성공의 정의가 각각 다르지만 지극히 내 기준에서 성공하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 사내벤처 프로젝트가 반쯤 왔을 때, 이렇게 될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고 자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일에는 아직 역량의 부족함을 깨달으면서 남몰래 나의 한계를 체감했다. 브런치에 '에고가 박살 나는 경험'이었다고 기록했었다.


이건 뭐 개인적인 반성이나 성찰, 변명 따위가 아니라 팩트고 내가 스티브 잡스나 뭐 일론 머스크마냥 살아있는 위인 같은 비범한 사람이 아니며, 쉽게 누구나 그게 가능했다면 그런 비범한 사람들이 돋보이는 세상이 아니었을 거다.


세상에 없던 혁신적이고도 창의적이지만 수익성도 좋은 모델을 설계하고 유니콘 기업을 만들 확률은 정말로 희박하다. 대한민국 회사원 십중에 아홉은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하는 월급쟁이로만 살아왔는데 그런 비범한 역량은 둘째 치더라도,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더라도 뛰어난 발상과 그것을 행하는 강인한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실행력까지 앙상블로 이루어져야 한다. 오히려 후자가 훨씬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


더불어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노력을 하는 팀이라면 그건 또 모를 일이라는 가능성도 발견했다. 그래서 지난 1년을 회고해 본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했으나 내가 생각했던 성공은 이루지 못했으며, 내 그릇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 얻은 이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력을 안 했다면 자기반성이나 성찰을 해야겠지만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받아들이고, 되려 어디가 되었든 그리로 향하는 그 과정을 즐기는 삶의 자세의 중요함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의 이유 책의 어느 구절을 읽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정식 팀이 되어, 회사로부터 투자 유치를 성공시켰으며, 사업을 존속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독립적인 사업 성공을 이뤄내진 못했지만, 생존은 이뤄냈다고 자체 평가하고 싶다.


그대외적으로 스타트업계의 한파가 불어닥쳤다는 투자의 혹한기인 지금, 무리한 스핀오프가 과연 정답일까? 그것도 또 모를일이라고도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근 1년간 사내벤처를 하면서 야생에서 사업을 하기엔, 한없이 부족하며 기회가 된다면 숱하게 깨어져보고 넘어져 보는 연습하는 경험이 필요하단 생각도 했다. 그걸 꼭 안에서 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비교적 따스한 온실 속에서 나름 푹신한 매트리스를 깔아 두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걸 마다 할 이유 또한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11월의 어느 날 딱 1년 만에 다시 짐을 싸서 본사로 다시 들어왔다. 5년을 있었던 본사로 온 건데도 불구하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도 틀고 생각나는걸 노필터로 바로바로 자유롭게 떠들고, 정해진 시간이 아니어도 배고프면 밥 먹던 그런 생활과 굉장히 괴리감이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갑자기 정해진 루틴에 따른 생활과 차분하고 정돈된 사무실 분위기에 갑갑함이 느껴져서 새로 입시한 신입사원쯤이 된 기분이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자유롭게..)


그리하여 돌아온 우리는 팀을 세팅해야 했다. 하.. 이 역시도 여기 오기 전까지, 나이순으로도 경력순으로도 5년간 팀 막내로만 있던 내가.. 이런 걸 해봤을 리도, 알리도, 고민조차 해본 적이 없다.


사내벤처, 그리고 지금 이제부터 속하게 될 프로젝트 팀으로도 동일한 노동이지만, 노동하며 비교적 이전보다 만족스러운 부분은 회사에서 배우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겠는 새로운 영역, 어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든 해쳐가려고 아등바등 파닥여보는 나 자신을 보며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가끔은 애처롭고 가끔은 좀 괴롭기도 하지만.. 이건 마치 RPG게임할 때 내 캐릭터가 무기를 하나씩 모아가는 기분이라 해야 되나...


항상 맨바닥에서 그냥 이런 게 필요하겠거니 고민하고 토론해서 정한다.. 그러기 위해서 온갖 방법으로 어떻게든 알아내려고 노력해 본다. 이번 팀 빌딩을 겪으며 신규 팀이 만들어지려면 이런 것들이 필요했다.


팀명 설정 : 팀의 정체성(=사업의 정체성)을 내/외부에 직관적으로 소통이 가능하며(=단번에 알아들음)

조직도에 녹아들어도 어색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내벤처에 조금은 다른 시작이라는 정체성 또한 담을 수 있는 그런 무언가.. 가 우리에게 주어진 작명 미션이었다.. 이건 마치 빈티지하면서도 모던하고 깔끔한데,, 익숙하면서도 약간은 언밸런스한 그런 느낌..?


팀 KPI설정(=연간 목표) : 팀명이 정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면 (ex.OO플랫폼/OO서비스/OO영업팀 등등) 왜 이 사업이 회사라는 거대 조직 안에 존재해야 하는지, 필요한지 팀의 역할과 존재의 이유(비전, 미션 같은 것들이 될 수도..?)를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것을 위한 목표들이 추려지고 그 목표마다의 조직에 유의미한 기여를 가져올 수 있으며, 객관적인 성과로도 평가받을 수 있는 정량적/정성적 평가 지표를 설정한다.


주요 R&R 정의 및 분배  : 목표를 설정하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역할이나 기능을 정의(ex. 서비스기획, 마케팅, 영업, 재무 등) 할 수 있고 여력이 된다면 공수를 측정해 적합한 인력만큼을 계산하여 할당하고, 그 역할마다 적합한 역량을 가진 인력을 배치한다.


사업에 필요한 기능이지만 당장 없다면 외부의 협력을 요청하여 코웍하거나 그 기능만큼은 외부에서 해결해도 문제없다면 파트너십 혹은 필요인력을 산출하여 채용 계획도 해야 한다.


연간 사업계획(=연간 전망 손익) : 정한 인력이 창출할 수 있는 가능 케파 + 유사 동종서비스 비슷한 사업시기의 자료 참고 혹은 이미 기존 사업이력이 있다면 전년, 전월 자료들을 근거치로 하여 목표치를 반영하여 설정하며 큰 조직에서 하위단으로 할당하며 조직 안에서는 연간 목표에서 월별로 할당하여 월별 손익을 전망해 본다.


연간 주요 추진 업무(=연간 기능별 업무 세팅) : 월별로 할당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주요하게 추진해야 하는 업무들을 나열, 이건 세분화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일단은 월단위까지만 목표와 주요 추진해야 하는 업무들을 위에 결정한 R&R마다 기록해 봤다.


투자금 보고(=연간 예산 운영안) : 위의 이런 것들을 해내기 위해 팀을 운영해야 하는데 드는 필요한 모든 비용. 예로 인건비, 복리후생, 투자비, 팀 운영비, 기타 잡비 등 없던 팀이 새로 생길 경우 모든 것들을 비용으로 계산하여 연간 예산을 획득해야 한다.

그리곤 의사결정자에게 투자해달라고 보고하고 집행부서에게 할당받는다. 우리처럼 사내에서 이 과정을 겪는다면 경영관리 부서가 최종적으로 우리 팀에 예산을 할당해 준다. 물론 외부라면 투자자라는 의사결정자에게 조건에 맞게 받아 투자금으로 직접 운영하면 될 것이다.


팀 킥오프(=이 모든 걸 담아서 우리 시작한다고 알리기) : 여태 세팅한 팀, 프로젝트에 관련한 협업이 필요한 온갖 담당자 혹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하는 모든 이들을 모아 이 모든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린다.


1월 2일 킥오프를 시작으로, 우리는 이제 프로젝트 팀으로서 파잇 펀딩서비스를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팀의 올해 목표라며 고민 고민 하며 적어둔 장표에 적은 문장으로 이 새로운 시작의 기록을 마친다.


사업 ITEM 발굴 및 검증을 넘어, 사내 신규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연내 성공적인 Scale-up을 통한 사업 지속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 험난할지라도 돌아봤을 때 여운이 짙게 남았으면 하는 우리의 2023년 새 출발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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