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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Mar 17. 2023

에브리띵 에브리웨얼 올 앳 원스

2022년 나의 인생영화, (+케빈에 대하여)

거두절미하고 먼저 말하자면 에브리띵 에브리웨얼 올앳원스(에에올이라고 부르겠다)는 22년 본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았다. 헤어질 결심도 너무 좋아서 리뷰를 썼지만 개인적으로 에에올이 더 좋았다. 같은 감독의 두 편의 영화를 엮어서 리뷰 했었는데 나는 영화 선택에 있어 배우보단 감독이 더 우선순위다.


처음으로 감독이 다른 두 편을 함께 얘기해보고자 한다. 에에올과 케빈에 대하여는 엄마 그리고 가족에 대해 그린 영화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미적으로도 훌륭했고 보는 즐거움도 있는 영화라는 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1. 에브리띵 에브리웨얼 올 앳 원스 - 나는 결국 내가 선택한 무수한 선택의 정반합이지 않을까

나는 멀티버스를 극혐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인가? 제목조차 기억도 안나는 그 영화를 보며 이건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에에올 역시도 멀티버스가 주 플롯이다.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유쾌하게 그려내서 어지럽지만 웃긴 했다. 그런데 만약 이것만이 전부인 영화였다면 내게는 별 감흥이 없었을 거다.


이야기의 시작은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인들의 고된 삶으로부터 시작된다. 나 역시도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미국에서 짧게나마 교환학생을 했던 터라, 미국에서 동양인이 갖는 어려움들에 대해 그리는 것들이 무슨 감정일지 조금씩 공감이 가서 피식피식 재밌었다. 그리고 그녀는 인생의 위기의 순간에 갑자기 멀티버스로 이곳저곳으로 만약 선택을 돌렸더라면이라는 세상으로 가게 된다.


누구나 그런 생각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내가 그 시점에 이선택을 안 했더라면, 저 선택을 했더라면 그때의 내 삶을 생각해 본다. 나 역시도 그러한 순간들이 수 없이 많았다. 영화에서는 그런 에브리띵을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그 모든 선택의, 무엇이 되었든 어디에 있든 그 모든 내가 선택한 것들의 복합체가 현재 본인 자신이다. 이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봤을 사람이 있을까? 이걸 이렇게 그려내다니 천재다 싶었다.


이런 인생의 선택 외에도 결국 엄마와 딸, 가족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 역시도 엄청나게 크레이티브 하게 풀어나간다. 이런 묘미가 영화의 존재의 목적이 아닐까?


돌을 활용한 스토리 텔링에서는 펑펑 울었는데 잠시 음소거가 되는듯한 장면까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오감의 다양한 완성도를 본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반되게도 다양한 시도 안에 결국 그려내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대중적이다. 엄마와 딸의 관계, 그리고 가족, 그리고 사랑 그런 소재들, 결국 우리는 사람임을 잊지 않는다


초반부가 너무 정신없다고 포기 말고 좀 더 참고 끝까지 본다면 어느 부문에서든 한 번쯤은 와닿는 부분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의 22년 최고의 영화였다고 감히 평가해 본다.


이 글을 영화를 보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서랍 속에 넣어 놓고 이제야 완성하지만, 결국 에에올은 아카데미 7관왕을 했고, 양자경은 여자에게 전성기란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꿈을 가지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수상 소감조차 내 취향저격 해버렸으니, 에에올을 인생영화에 등극시키는 수밖에!


2. 케빈에 대하여 - 모성애가 모든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있는 감정일까?라는 질문

'케빈에 대하여'는 내가 PIEAT(파잇)이라는 사내벤처로 만들고 있는 플랫폼에 소셜링을 추가해 파잇클럽을 운영해 보고자 레퍼런스 조사 차원에서 한번 가봤지만 의도와 다르게 너무 좋았던 넷플연가에서 추천했던 영화였다.


보고 가야 소셜 모임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기에 켰긴 했다만, 나는 사실 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너무 불행하고 숨 막히게 어두운 영화였다. 난 이런 영화나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한다.


나 자신이 절대 밝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그래서 그런가, 영화든 드라마든 노래든 주로 소비하는 콘텐츠는 밝고 희망차고 행복한 것들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저 원래가 그렇다..!


그러나 반대로 케빈에 대하여를 끄지 않고 힐끗힐끗 끝까지 봤던 이유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너무 충격적이라서였다. 주인공인 틸다스윈튼은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시절을 아기가 생김과 동시에 타의적으로 마치게 된다. 그렇게 엄마가 된 그녀는 모성애가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살면서 나는 모성애라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시 가지고 있는 디폴트라고 생각했는데, 없을 수도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너무 충격이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색감이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도입부에 나오는 토마토축제를 시작으로 빨강과 파랑 그리고 노란색을 기가 막히게 잘 쓴다. 구도나 이런 것도 좋았다. 감도가 좋은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나는 왜 모성애는 응당 사람이라면 무조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이런 나의 프레임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니 나는 엄마가 서른이 된 지금까지도, 어쩜 이렇게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항상 의문을 가질 만큼 우리 엄마는 나라는 딸을 사랑해 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자식을 낳아보지 않았지만 내가 받은 사랑만큼 응당 사랑할 일만 있다고 생각했으니 모성애란 디폴트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은 복에 겨웠던 행복한 프레임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 '가족'이라는 존재가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두 영화 모두 가족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기도 하고 짙은 여운도 남기는 좋은 영화였다.


영화에 대해 이렇게 글을 가끔씩 쓰면서도 나가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정작 내 자신의 취향을 잘 몰랐지만, 그렇다고 씨네필들만큼 지식이 있지는 않지만 나는 정말 영화를 좋아한다.


왜 영화를 좋아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기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평균 120분 남짓한 시간에 그려내는 일 또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사람의 일종이라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 두 편을 만나 행복했고 결론!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를 보시길 강추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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