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길 것만 같았던 터널 중간에 왔다
와 벌써 MBA를 시작하고 두 번째 학기를 끝냈다 이번학기는 17학점에 청강도 한 3개 신청해 놓은 말 그대로 열정학기였다..!ㅎㅎ학업 외에도 글로벌 세미나를 갔다 오고 엠티도 다녀오고 동아리도 한 덕분에 더 많은 분들과 친해지고 더욱 즐거운 학교 생활을 했던 거 같다.
주말엔 밤까지 동기와 원우회실에 남아서 공부도 해보고 저녁도 먹고 산책도 하고, 학부 시험기간 때 마냥 공부하라고 하면 뭐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생각나는지.. 그렇게 열심히 학교 생활을 또 가열하게 즐겼던 거 같다. 이제는 이 정도 강도의 일상은 디폴트값이 되어버렸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나는 밤비행기를 타고 사내벤처 가는 날부터 바라왔던 돌로미티로 떠난다. 이번 학기가 지나는 상반기동안 7년 만에 처음으로 일에서 권태로움을 느꼈던 거 같다. 딱히 이렇다 할 이유나 원인은 정말 모르겠지만(알았다면 없앴을 텐데) 입사 이래 처음으로 일이 재미없고 칼퇴하고 싶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왜일까,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권태로움에서 오는 아쉬움을 학교에서 많이 채웠던 거 같다. 그래도 지금 드는 생각은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지 않고 또 무엇이로든 채웠으니 되었다고 생각한다. 8주 만에 끝난 과목들의 뒤를 이어 재무관리 경영전략 마케팅관리 같은 필수과목들도 들었고 재무관리 시험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재무나 회계 같은 걸 배우고 나니 예전 기획팀 숫자 봤던 것들이 암호해독 되는 느낌도 들고 배움의 기쁨이 확실히 있었다.
그러나 생각한 거보다 시험 아주 어려워서 오랜만에 머리를 쓴 경험을 해본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이과라 그런가 차라리 이렇게 딱 답이 떨어지는 과목들이 공부할 맛이 난다. 학문적 이론은 이렇게 답이라도 풀 수 있지만 현실에 닥친 고난들은 대부분 답도 없는 경우도 있고 내가 풀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해서 오히려 공부하면서 다른 곳에 에너지를 쏟으며 답을 도출할 수 있다는 이상한 힐링(?)을 하기도 했다. 시험이 끝나고 어느새 돈독해진 원우님들과 종강파티도 찐하게 했다.
그렇게 월요일 회사 회식, 화요일 수업 종강기념 교수님 회식 수요일 동기들끼리 종강파티까지 하고 나는 너무 무리를 했는지 2주간의 휴가를 떠나는 목요일 밤 비행기에서 거의 졸도 수준으로 쓰러져 자기에 이르렀다. 9시간 긴 비행동안 시간 가는지도 모르게 내리 쿨쿨 잤다. 그렇게 아랍인들과 보딩패스 줄 서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해서 지금은 어느새 이탈리아 돌로미티에서의 셋째 날 아침이다.
시차 덕분에 꼭두 새벽부터 눈이 떠지고 밤에는 일찍 잠이 든다. 산을 오르고 광활한 대자연을 보며 감탄하는게 내 2주간의 일상이다. 이렇게 여유롭게 두번째 학기를 마무리하는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하다. 정말이다!! 7년 만에 찾아온 이 잠깐의 휴식 시간을 만끽하러 이만 써야겠다. 다녀와서는 방학 동안 학교 안 가니까 유럽여행 리뷰를 적어봐야지 싶다. 대망의 다음학기는 3학기로 졸업 전 마지막 불태우는 학기로 이제 마지막을 즐겁게 불태워봐야지!!
p.s 무엇보다도 이 시절의 저와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 해준 모두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증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