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노무담 24

당신의 권리를 지키는 법

by 박감

노동청이나 근로감독관에 대한 이미지는 언제나 양가적이다.

누군가는 ‘노동청에 신고한 덕분에 돈을 쉽게 받았다.’라며 고마움을 표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몇 달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법과 정책의 뒷받침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근로감독관의 적극성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때도 있다. 하지만 증거 부족이나 여러 불리한 조건들 때문에 실제 체불된 임금보다 적게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혹시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자. 어두운 골목에서 강도를 당했다면, 잘못은 강도에게 있지, 밤에 다닌 행인에게 있지 않다.

임금 체불 역시 마찬가지다. 돈을 주지 않은 사업주가 잘못이지, 피해자인 근로자가 잘못한 건 없다. 다만, 위험한 상황을 미리 피하고,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할 때 이에 맞설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① 4대 보험 가입

대지급금이라는 제도를 알고 있다면, 4대 보험의 중요성도 알게 된다. 사업주가 임금을 체불했을 때, 국가가 대신 지급해 주는 대지급금 제도는 근로자를 구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사업주가 재산을 은닉했거나 지불 능력이 없어도, 이 요건만 충족하면 돈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근무한 회사가 6개월 이상 산재보험에 가입된 사업장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대지급금뿐만 아니라, 4대 보험 가입은 근로자로 인정받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업주가 ‘그 사람은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할 때, 4대 보험 가입 여부는 법적으로 근로자성을 증명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② 근로계약서 작성

모든 사업주가 당연히 작성해 줄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사업주와의 약속이 흐릿해지고, 체불 문제가 생길 때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사라진다. 근로조건을 명확히 담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사본을 받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본을 주지 않으면, 손쉽게 사진으로 찍어 두는 것만으로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문자메시지를 활용하라.

‘시급은 얼마인가요?’

‘근무 시간과 휴게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여기에 대해 명확한 문자 답변을 받아 놓으면, 체불 상황에서 큰 무기가 된다.


③ 미련 없이 떠나라

주변 지인이 임금이 밀리고 있다고 상담을 요청하면, 체불이 시작된 지 3개월이 됐다면 빨리 퇴사하라고 항상 조언한다. 사업주는 ‘곧 줄게’라는 말을 반복하며 붙잡을 것이다. 하지만 대지급금 제도는 최종 3개월간의 임금만 보장한다. 3개월을 넘어가면, 나머지 금액은 민사소송을 통해 사업주에게 직접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은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재산이 없다면 승소해도 소용이 없다. 3개월 안에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퇴사를 결정해야 한다.


④ 증거 수집

체불 문제를 해결하려면 증거가 곧 무기다.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진술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경우, 사업주가 이를 부인하면 아무리 억울해도 인정받기 어렵다.



어떤 일이든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근로자일수록 이런 것들을 완벽히 챙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자신의 권리를 지킬 방법을 알고 몇 가지라도 준비한다면, 사업주는 더는 당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신고된 사건도 근로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더욱 빠르게 처리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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