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창업팀에 대표는 한 명입니다. 나는 대표가 맞을까요?
이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팀을 구성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팀 구성시에 결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팀원 그리고 누가 대표를 할 것인가?입니다.
네트워킹 때 자주 이야기한 주제가 '나는 대표를 하고 싶은가? 혹은 대표가 잘 맞을 것 같은가?' 였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창업하고 싶은 모두가 대표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저도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창업 = 내가 대표라고만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공동창업 팀이 구성되면, 보통 대표는 1명이고 나머지는 대표가 아닌 공동창업자가 됩니다.
(물론 동등하게 지분을 나눠, 공동대표 체제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추천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할게요.)
대표와 대표가 아닌 공동창업자는 어떻게 구분될까요?
지분의 차이로 구분돼요. 그리고 이 지분율의 차이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요.
(지분을 정한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회사를 각각 몇 퍼센트 비율로 소유할 것인지 정하는 것을 말해요.)
대표는 최소 60% 이상의 지분율을 가져가고(80% 이상을 권하기도 합니다), 나머지 지분을 공동창업자가 나누게 됩니다. 대표가 특별히 많은 지분을 가져가는 이유는, 향후 최소 3~4 차례 돌게 될 투자 라운드에서 지분율이 희석되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예요.
(투자 라운드란 시리즈 A, 시리즈 B, 시리즈 C 이런 식으로 매번 회사의 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으면서 외부로부터 투자받는 과정을 말해요. 외부 자금이 유입되면서 초기 공동창업팀의 지분은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만약 나중에 함께 창업한 회사가 시총 1조의 회사가 된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때 대표의 지분은 30%, 공동대표는 5% 라고 해볼게요.
1조 회사의 30%를 가지고 있는 대표는 3천억 원 가치의 주식이 있는 거고, 공동 창업자는 500억 가치의 주식이 있는 거죠.
공동 창업인데 잘되면 대표가 5배 부자면 너무 한 거 아니야??
당연히 대표와 공동창업자의 창업에 대한 미래 기여도를 생각하면 지분율 차이가 과도할 수 있어요. 따라서 나중에 이 차이를 보상하기 위한 기술적인 내용이 주주 간 계약서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대표의 큰 지분율은, 당연히 의사결정을 내리는데도 가장 중요한 목소리를 내게 해줍니다.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표가 내릴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럼에도 대표 지분율을 높여 향후 투자에 유리한 지분 구조를 굳이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스타트업의 중요한 목적이 '성장' 이기 때문입니다! 더 빠르게 더 원대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이죠..
재밌게도... 팀을 처음 만들고 지분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나 팀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창업한 1000개의 스타트업 중에서 7개만 IPO의 문턱을 통과합니다. 초기에 과도하게 지분율로 다투는 건 이미 너무 잘된 상황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전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긴 합니다.
다만, 창업의 목표가 빠른 EXIT 후의 경제적 자유라면 충분히 다툴 수 있긴 하겠네요. 3년 후에 바로 사업체를 매각해서 큰돈이 들어온다면 지분율 차이가 치명적이겠죠.
스타트업 대표는 보통 투자 유치 신규 직원 채용을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로 가져가곤 합니다.
대표가 가장 명확한 회사 비전을 가지고 있고, 성공을 위한 전략도 가장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어쩠든 간에, 대표의 큰 지분은 향후에 회사가 가치를 크게 인정받게 되면 큰 보상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표는 지분을 팔아 돈을 벌기가 가장 어렵다는 거예요!
시총 1조의 회사는 많은 투자를 받아서 더 이상 나만의 회사가 아니에요. 대표는 스타트업을 키워 1조짜리 회사를 만든 대단한 경영가이고 앞으로도 회사를 더 크게 성장시킬 적임자겠죠. 대표의 지분은 곧 경영권입니다. 대표가 지분을 파는 것 자체게 회사에 엄청난 신호를 줄 수 있죠. 또한 회사의 다른 이해 관계자가 반대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쉽게 팔아서 현금으로 바꾸기 어려워요.(종종 투자 계약서에 대표의 지문 매각 조건에 대한 엄격한 조건들이 담기기도 합니다.)
반면 대표가 아닌 공동창업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죠...
공동창업팀 모두가 EXIT 하고, 마지막으로 가능한 게 대표입니다.
따라서 어떤 분들은, 퇴사 후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대표가 아닌 공동창업자가 유리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진, 회사가 잘 됐을 때고... 만약 회사가 사업이 잘 안 돼서 큰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직원들의 월급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회사가 소송을 받아서,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면? 당연히 대표죠. 대표는 법적 책임도 함께 지게 됩니다.(감옥을 가더라도... 대표가...)
회사에서 내리는 가장 크고 어려운 결정은 잘하든 못하든 대표가 해야 해요. 잘되면 직원들이 잘해줘서, 안되면 본인이 리더 역할을 잘 못해서!라는 책임도 발휘해야 합니다.
내가 사업을 잘했는데, 소송을 당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이 역시 대표의 책임이 되는 거죠. 누군가는 대표는 전과자가 되기 쉽다고도 하네요.
이 정도면 대표를 왜 굳이 해야 하나? 생각이 들 것도 같네요.
- 힘든(혹은 불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 보상은 가장 마지막에 받는다.
- 잘못되면 가장 큰 책임은 대표가 진다.
좋은 점은, 나쁜 점의 반대겠죠? ㅎㅎ
결국에는 가장 큰 보상을 받을 수도 있고. 사업이 잘되면 가장 큰 박수갈채를 받기도 할 겁니다. 유명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제 생각에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만들고 싶었던 회사를 내가 직접 만든다
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내가 상상만 했던, 이상적인 모습의 생산적인 회사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에게 요청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제 더 이상 '탓'은 못하고 책임도 피할 수 없고, 온전히 나의 역량과 헌신이 중요해져요.
남 탓을 못한다. 온전히 내 책임이다.
그리고 내가 그린 비전에 공감해 사람들이 모이고, 힘을 합쳐 일을 하는 것 자체로도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지 않나요?
(물론 다른 생각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좋은 회사는 그런 사람이 적은 법이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많은 실패를 하겠죠. 하지만 조금씩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찹니다.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으로 1인 회사보다 2인 이상의 팀을 훨씬 선호한다고 해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혼자 하는 것보다 팀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대표를 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뿐더러, 여기에 필요한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표가 아닌 공동창업자로 더 좋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도 많죠.
따라서, 창업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내가 대표를 하고 싶은 건가? 고민해 보세요.
아래와 같은 질문을 자주 하고, 나만의 답을 가지고 있나요?
우리는 왜 일해야 하나?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는 어떤 곳인가?
사회에서 회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만약 그렇다면, 대표에게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꾸준히 키워 나가길 권해요.
밀란 쿤데라는, 그의 책 '커튼'에서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왜냐하면 평범한 배관공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존재이지만, 일부러 덧없고, 진부하고, 판에 박힌, 그래서 무익하고, 결국 성가시고, 마침내 해를 미치는 책들을 만들어 내는 평범한 소설가들은 경멸당해 마땅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 '대표' 또한 평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더 훌륭한 대표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대표는, 조직에 속한 많은 구성원들의 꿈과 희망을 뺏고 좌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어제보다 조금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평범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남과의 비교보다도 내가 생각하는 '비범함'과 어제의 나를 비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창업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가장 중요한 '대표'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빠져서 이번주에는 '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