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고립]
365일 중 삼분의 일쯤은 오롯이 혼자 있다 보통 나는 혼자 일어나 음악을 틀고 우유와 과일을 먹고 이메일 체킹 후 답장을 하고 책을 읽고 밥을 먹고 기획 원고를 쓰고 퇴고를 하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컨셉 시안을 체크하고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본다 사람을 만나는 날은 대개 업체 인터뷰나 컨셉 회의다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꼭 같이 먹어야만 하는 회사 동료나 상사가 없다는 것 (아 물론 강아지 두 마리가 있긴 하지만) 집중할만하면 이름을 부르는 가족이나 놀아 달라고 보채는 사람은 없다
나는 자유를 느낀다 행복을 느낀다 고독을 느낀다 프리랜서를 하기 전에는 달랐던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잘못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건 범죄도 아니고 질병도 아닌데 가련한 시선 속에서 나의 소중한 행복은 이기심이 되고 소중한 고독은 부작용이 된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가족을 만들어야 한다고 누군가가 말한다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어서 우리 세대가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나는 웃는다 적어도 집에서의 고독은 행복의 전제 조건 같은 것이다 나는 고독해서 행복을 느낀다 고독함에도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다
사람 만나는 걸 결코 싫어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 것도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서 내가 부여한 우선순위의 목록이 조금 다른 것뿐이다 물론 언젠가 이게 다 부질없는 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들을 더 자주 만났어야 한다고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오히려 고독의 시간을 가지지 않았던 것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법이니까 이런 삶의 방식이 가능한 건 온라인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건 직접 만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또 완전히 다르지도 않다 개방과 고립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