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길]
아침에 바닷가로 내려가면 시간에 따라 파도가
밀려들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지, 내가 하는 말, 아, 비참해, 어쩌지- 나 어쩌면 좋아? 그러면 바다가 그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하는 말, 미안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
-천 개의 아침 '나는 바닷가로 내려가' 메리 올리버
I go down to the shore in the morning
and depending on the hour the waves
are rolling in or moving out, and I say, oh, I am miserable, what shall― what should I do? And the sea says in its lovely voice:
Excuse me, I have work to do.
-Poems by Mary Oliver
아침을 힘들어하는 편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입술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나도 그런데 하는 마음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고 아침이 조금 덜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완전히 이겨냈다거나 아침이 좋아졌다고 말하지 않고 조금 덜 힘들어졌다고 말하니 되레 믿음이 갔다 그래서 나도 읽었다
어떤 책은 이렇게 찾아오기도 한다 7쪽부터 입가에 미소가 머물렀다가 17쪽에 이르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시를 읽고 운다면 모름지기 눈시울이 살며시 붉어지는 정도가 보기 좋을 텐데 나는 나답게 나라 잃은 백성처럼 애달프게 울고 말았다 울면서도 알았다 이러고 나면 조금 괜찮아질 거라는 사실을 잠시만 지독한 치료를 받는 중이라 생각하고 펑펑 울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도 실은 아침을 참 힘들어하는데요 메리 올리버의 천 개의 아침을 읽고 바다에게 기껏 속내를 털어놨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난 할 일이 있어라는 것도 놀랍지만 이 말이 무엇보다도 포근하게 들렸어요 사랑스러운 목소리 때문일까 고개를 살짝 수그린 채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지만 사실은 바다도 나를 몹시 신경 쓰고 있었나 보다고 내가 어서 괜찮아지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고
문장일 뿐인데 어떻게 그런 게 느껴지냐고 묻는다면 그게 문장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래서 이 세계에 빠져든 이상 글을 쓰고 읽는 일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문장을 통해 위로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