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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그림자 Sep 18. 2024

ᴇᴘ. 103 혼자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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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머무는 동안 오래전 혼자였던 순간들이 떠올랐던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나는 지금껏 충분히 혼자였다 충분히 외로웠고 충분히 자유로웠다 충분히 외로웠기 때문에 가끔 함께하는 시간들 사람들이 고마웠고 좋아하는 사람하고 보내는 시간만 귀하게 써야 하는 게 아니라 나하고 있는 시간도 귀하게 써야 한다는 걸 배웠다 외로웠으나 나의 이 외로움을 소중히 여겨야지 생각했다 사람은 그렇게 혼자와 함께 사이를 건강하게 가로지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많은 것들로 연결된 세상에 살아가며 나로 존재하는 시간들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다 가끔은 기준치를 넘어 과하게 말하고 듣고 과하게 만나고 보고 듣는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쉴 틈이 생기면 나와 온전히 만나지 못하고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되는 걸까 큰 의미 없는 피드를 훑거나 엑스에선 어떠한 이야기들을 하는지 넷플릭스에 새로 나온 작품은 무엇인지 금세 휘발되어 버릴 소재들을 좇는 동안 나는 나를 점점 잃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깊은 밤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면 생각한다 나하고 있는 시간을 정성껏 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혼자 있을 때 깃드는 고요를 고이고이 여기고 싶다고 과하게 말하지 않고 과하게 만나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꼭 해야 할 말들만 한 뒤 다시 혼자로 잘 돌아오는 사람이고 싶다 군중 속의 고독까지는 아니어도 결국 사람은 살아가며 외로움을 혼자 견디는 법을 평생 배워가야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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