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요한 Jul 31. 2022

그처럼 빛나는 눈빛을 가지고 있는 이유

당신에게는 '미션 임파서블'이 있는가?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목표만을 좇는 삶을 살아가는데 익숙해 있다. 고등학교때는 대학교 입학을 쫓아서, 대학교때는 취업을 쫓아서, 취업을 하면 또 승진을 쫓아서 살아간다. 하지만 곧 성취의 순간은 지나간다.  또 다시 다른 '목표'가 눈 앞에 있다. 오히려 목표가 안보이면 불안하고, 조급해진다. 마치 막대에 매달려 있는 당근을 보면서 무거운 짐을 열심히 나르는 노새같다.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공부하고, 좋은 집과 자동차를 얻기 위해 일하고, 말년에 약간의 자유로운 시간을 얻기 위해 삶의 대부분을 목표를 좇아간다. 하지만 은퇴한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목표의 상실로 인해서 너무나 허무해 한다.


  취업을 하지 못해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도 많이 만나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을 하고, 심지어 좋은 자동차에 아파트까지 마련을 해도 마음이 허전한 청년들도 가끔 만나게 된다. 역량이 높고, 계획대로 성취해나가는 청년들을 보면, 마치 게임에 열중하듯이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 없는 삶은 공허하다.


  목표(目標)는 사전적으로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지향하는 실제적 대상으로 삼음. 또는 그 대상'을 의미하고, 목적(目的)은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을 의미한다. 목표는 영어로는 'objective'로 번역하고, 목적은 'purpose'로 번역하게 된다. 목표는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가?'하는 대상 'what'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목적은 '왜 실현하려고 하는가?'하는 가치 'why'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목표와 목적으로 모두 해석이 되는 'goal'이 있다, 비교하면 'objective'는 측정가능한 단기적인 목표인 반면, 'goal'은 추상적이고 측정하기 힘든 장기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목표는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to do list'를 다룬다. 표현 그대로 '해야 할 일 목록'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을 계속 열심히 해도 앞으로 더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더 늘어나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 마치 '모든 이메일을 읽고 답장을 보내면서' 더 많은 이메일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효율성의 함정(efficiency trap)'이자(출처: <4000주>, 2022년), 목적(purpose)이 명확하지 않아서 목표가 끝없이 변경되는 '골대이동효과(goalpost-shift effect)'이기도 하다.


  반면 목적은 'to be'라고 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 '장래의, 미래의, ...이 될 사람'이라는 의미다. 목적은 끝이 없어 보이는 장래의, 미래의 영역이지만, 끊임없이 '나는 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나아가는 방향이다. 목적은 평생의 미션이라고 할 수 있다.


  미션(Mission)은 사전적으로는 '임무, 특별 임무를 맡은 사절단', 그리고 동사로는 '길고 험난한 여정에 나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미션은 '목적을 향한 인생의 긴 여정'이다.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참 좋아하는 영화다. 톰 크루즈가 맨손으로 절벽을 오르거나, 로프 하나에 의지해서 빌딩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쉽게 떠오를 것이다. 인생도 하나쯤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데이비드 리카타David Licat 감독은 그의 다큐멘터리 <일생 동안 할 일 A Life's Work>에서 일생을 바쳐도 마칠 수 없는 일에 자신의 삶을 바치는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는 세계의 남아 있는 고대 숲의 모든 나무를 목록화하는 아버지와 아들, 캘리포니아 SETI 연구소의 책상에서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전파를 샅샅이 뒤지고 있는 천문학자 등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일을 즐기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출처: <4000주>, 2022년). 그들이 그처럼 빛나는 눈빛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일생 안에 완료할 수 없는 가치들을 추구하는 '미션 임파서블'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대구시민주간에 “청년에게 대구라는 날개를!”이라는 슬로건으로 청년정체성포럼이 개최되었다.

당시 민간전문가로서 발제와 원탁토론을 시작하면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이야기를 했었다. 청년이 떠나가는 도시에서 청년이 몰려오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이다. 하지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미션 파서블(mission possible)’이 아니라, 불가능해 보이는 난제(難題)를 직면할 때 우리는 가슴이 뛴다. 그리고 나 혼자가 아니라 팀을 간절하게 필요로 한다.


  영국의 조각가 헨리 무어Henry Moore는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은 어떤 과제를, 평생을 바칠 무언가를 남은 인생동안 매 순간마다 모든 것을 쏟아부을 무언가를 가지는 것이다. 리고 이때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 과제가 당신이 도저히 완수할 수 없을 것처럼 어렵고 힘든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출처: <두 번째 산>, 2020년)  열정은 '미션 임파서블'에서 나온다. 그리고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터운 공동체를 추구하게 된다.


  "신들은 시지포스에게 끝없이 바윗덩이를 산꼭대기까지 굴려 올리는 형벌을 내렸다. 그리고 그 바위는 그 자체의 무게로 인해서 꼭대기에서 곧 다시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무익한 일 그리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그리스의 신들이 생각했던 것은 일리가 있는 일이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가 1942년에 쓴 실존주의 철학 에세이 『시지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포스의 형벌이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맺고 있다. "산꼭대기를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행복한 시지포스를 마음 속에 그려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끝없이 목표를 좇아가는 삶이 무의미한 반복이 될 수 있지만, 목적을 인식하고, 목적으로 가는 과정의 단계로서 목표를 추구하고 살아간다면, 반복적인 일이라도 삶의 기쁨이 될 수 있고, 반복적인 삶이라도 의미있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물론 목적과 목표가 가지런하게 정렬(alignment)되어야 한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 알베르 카뮈의 명언이다. 목표를 너머서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영혼 있는 삶을 다시 생각한다.


  가능한(possible) 목표보다 불가능한(impossible) 미션을 추구할 때 우리는 가슴이 뛰고, 빛나는 눈빛을 가진 영혼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은 가로등 불빛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사람은 도달할 수는 없지만, 나만의 북극성이 필요하다. 당신에게는 도저히 완수할 수 없을 것 같은 빛나는 '미션 임파서블'이 있는가?


#출처

1. 올리버 버크먼, <4000주>, 21세기북스, 2022.02.09.

2. 데이비드 부룩스, <두 번째 산>, 부키, 2020.09.24.

3. 알베르 카뮈, <시지포스 신화>, 학원사, 1989.02.01.




작가의 이전글 [출간]청년의 내일을 여는 해방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