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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Sep 25. 2023

재래시장의 맛

[100일 100 글]97일, 아흔일곱 번째 썰 

1년 전, 내가 가고 싶었던 귀여운 가게를 방문하고자 망원동을 방문했다. 당시 그 가게는 망원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있었고, 내가 방문했을 때는 김장철을 앞두고 있었다. 주말, 그것도 김장 준비를 위해 방문객들로 가득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제법 힘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처음 방문한 동네였고, 시장 구경하는 것이 자주 가질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1년 중 커다란 행사를 앞두고 있었기에 눈에 보이는 품목은 제법 명확했다. 가격을 흥정하는 어른들과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창과 방패 그 자체였다. 귓등으로 들었지만 제법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제품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웬만한 아이들이 들어가서 수영장으로 써도 될 고무 대야를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열심히 돌아다니다 배가 고파 눈에 보이는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중학교 때 하굣길에 보이던 스타일의 분식집이었다. 철판 가득 국물 떡볶이가 끓고 있었고, 옆에서는 튀김이 맹렬하게 튀겨지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먹을까 했지만 자리가 없었고 그냥 그 앞에 서서 먹기로 결정했다. 세상에, 이렇게 먹어본 것이 얼마만의 일인가 싶어 사뭇 아련해졌다.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하자 주인아주머니께서 어묵 국물을 종이컵에 담아 나에게 건네주셨다. 그리고 시작된 떡볶이 먹방.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맛있었다. 요즘의 트렌디한 떡볶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맛이 좋았다. 적절하게 단맛과 매콤함이 섞여있고 무엇보다 국물이 자작한 것이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쫄깃한 떡과 떡볶이 국물이 자작하게 스며들어간 어묵의 조화는 일품. 조금 목이 막혔을 때쯤 들어가는 어묵국물로 게임은 끝이 나버렸다. 너무 맛있으면 짜증이 난다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 옆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약간 정신을 내려놓고 먹었다. 마지막 한 입을 끝낸 후, 앞에서 열정적으로 떡볶이를 제조하는 아주머니에게 너무 맛있었다는 말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방문한 재래시장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어서일까. 다시 돌아온 이 계절에 시장 생각이 유독 많이 나고 있다. 조금은 차가운 공기에 시끌시끌한 소음. 그리고 뇌에 강하게 꽂혀버린 시장의 맛.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이렇게 오감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이번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다시 방문을 해야 할 것 같다. 부디 그 떡볶이 집이 그 자리에 있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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