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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양 Sep 21. 2023

여행 계획 짜는데 엑셀이 웬 말

[100일 100 글]95일, 아흔다섯 번째 썰 

이케아에서 서랍 구매하기 

병뚜껑 기부하기

중고서점에 책 팔기

서울숲 

제부도 빨간 등대

재인 폭포


대체 이 뜬금없는 리스트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다음 주 길고 긴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내가 계획한 나의 여행계획이다. 사실 말이 여행이지, 그냥 하루하루 나갔다 오려고 계획을 구상해 본 것이다. 참고로 맞게 쓴 문장이다. ‘계획’과 ‘구상’. 누군가에게는 식겁할 만한, 또 누군가에게는 제법 알차다고 칭찬을 들을 법한 파워 P가 구상한 계획이다. 아직 리스트는 완성되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 및 퇴근 이후 계속해서 어디를 가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다. 나의 운전 실력과 체력의 한계가 명확하기에 블로그와 유튜브를 보면서 신중하게 구상하고 있다. 


많이 빈약해 보일 순 있으나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일주일 동안 전부 수행하려면 아주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방문 예정인 곳의 주차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는 것은 운전 경력 7개월 차에게 몹시 중요하다. 길이 어느 정도 막힐지에 따라 기상시간이 변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준비물은 최대한 간단히 챙긴다. 차키와 지갑, 선글라스 정도면 충분하다. 


사람이 많은 곳도 피해야 하므로 지나친 관광지는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주변에 식당은 있는지 대충 리스트를 훑어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편식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알아보고 가야 눈에 보이는 곳에 막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전혀 예상 못한 곳에 갈 수도 있으나 그것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계획을 짜놓고 당장 아침에 구상을 바꾸는 일도 허다하다. 심할 땐 이동 중에 급작스럽게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곳을 머릿속에 넣어두려고 한다. 그래야 변수가 생겼을 때 고민의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계획을 짰으니 알차게 움직여야 하지 않겠냔 말이다. 


이쯤 되면 아주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대체 누가 P는 계획적이지 않다고 한 것인가. 상단의 리스트를 해결하려면 아주 빡빡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말이다. 제대로 스케줄 소화가 가능할지 조금 걱정이 될 정도이다. 어쩌면 조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뭐, 그것도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크지만 말이다. 다음주가 아주, 아아아아주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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