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100 글]99일, 아흔아홉 번째 썰
내 취미(?) 중 하나는 컵 또는 텀블러 모으기.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전용 텀블러도 내 레이더 망에 들어 있고, 선호하는 브랜드도 따로 있다. 그 중 내가 가장 아끼는 컬렉션은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고블렛잔들이다. 크리스털 잔은 같은 사이즈라도 유리로 만들어진 컵보다 훨씬 가볍다. 500ml 음료를 담아도 손목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거나 손에 살짝 닿을 때 울리는 소리도 몹시 청명해서 귀를 즐겁게 한다. 괜히 한번 씩 툭툭 건들이게 된달까.
컵 밑바닥이 손잡이처럼 움푹 들어간 고블릿 잔은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아무리 심플한 민무늬 일지라도 컵의 디자인 자체가 멋들어졌기 때문이다. 손잡이가 있는 컵들과 달리 공간을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실용적이기도 하다. 와인잔에 비해 잔의 목이 짧고 굵어 테이블 위에 올려놨을 때 훨씬 안정적이다. 요즘 워낙 기술이 좋아져서 그런지 가격도 저렴하면서 퀄리티가 좋은 크리스털 잔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최근 나는 나 스스로를 대접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러한 이유로 난 물을 마실 때도 크리스털로 만든 고블릿 잔을 사용한다. 물 뿐만이 아니라 술을 마실 때도, 다른 음료를 마실 때도 마찬가지이다. 별 다섯개짜리 호텔 레스토랑에 온 것도 아닌데 그냥 컵을 사용하는 것 그 자체로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이 기분을 만들어 내기 위해 굳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다. 내가 방법을 찾아내면 그뿐. 컵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니 가성비 또한 최고이다. 내 컬렉션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엄마를 설득하기에도 충분하다. 오늘도 난 내가 사용할 예쁜 크리스털 잔을 찾아 인터넷의 바다를 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