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100 글]98일, 아흔여덟 번째 썰
안 그래도 길고 긴 연휴,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하루 연차를 붙였다. 나에게 주어진 일주일의 시간 동안 엄청난 프로젝트를 시행하려 한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미니멀리즘과 거리가 상당히 먼 사람이다. 도전하려 했으나 실패한 전적이 화려하고 나와 같은 길을 갈 수 없는 존재라 생각했다. 난 방을 뒤집어엎을 것이다.
최근 호르몬의 영향과 더불어 여러모로 상태가 좋지 않아 졌다. 회사에서 조금 바쁘긴 했지만 딱 그럴 시기였기에 특별할 것은 없었다. 사적으로도 지루할 만큼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코너에 몰린 기분이 들었다. 그냥 몰린 것도 아니고 앞에 좀비 떼가 우글거려 전혀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는 상태처럼 꽉 몰려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드라이브 한 방이면 괜찮아져야 옳았다. 그런데 괜찮아지지 않았다.
위기감이 느껴졌고 병원에 예약을 다시 잡아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평생 이럴 때마다 병원에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힘겹지만 내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언젠가 읽었던 구절을 떠올렸다. 환경부터 바꿔볼 것. 그렇다고 당장 퇴사를 하거나 이사를 갈 수는 없었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은 내키지 않았다. 지금 현재 내 상황에서 바꿀 수 있는 환경은 결국 내 방 하나밖에 없었다.
눈에 번잡하지 않게 보이는 것이 없어야 마음도 편해진다고 했던가. 결국 최대한 비우기로 결심했다. 쓸데없는 물건은 버리거나, 기부하거나, 판매하려고 한다. 고물상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물건이 올라간 화장대화 책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서랍과 소품박스가 필요하다. 인테리어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리를 하려는 것이니 아주 비싼 가구는 불필요하다. 부디, 그 방문이 나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되어 줬으면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