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100 글]92일, 아흔두 번째 썰
몇 년 전, 비트코인이라는 것이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코인으로 300억의 대박을 터트린 후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는 어느 직장인의 소문이 도시괴담처럼 돌았다. 그때부터 우리나라에 코인 열풍이 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도 코인 부문에 세미프로처럼 임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뿐인가. 주식 부문에서도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다.
그들은 마치 부업처럼 주식과 코인에 몰두해 계시고 많은 동료들에게 종교처럼 설파하셨다. 몹시 진지한 그분들의 모습에 실제로 전도되신 분들이 꽤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를 설득하시는 것에는 실패하셨다. 현재 나는 코인과 주식, 그 어느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꽤 신기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냐는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일단 코인부터 설명하자면, 가장 큰 이유로는 성향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내가 만약 코인을 한다면 장담하는데 일주일도 되지 않아 말라죽을 것이다. 코인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초 단위로 마이너스와 플러스를 넘나들었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이나 랩톱을 지근거리에 두고 틈나는 대로 확인을 해야 했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에 말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이 말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실제로 A 회사의 코인이 오전에는 분명 마이너스였는데 점심시간이 되기 전 플러스 300%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고, 코인을 하지 않는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런데 코인을 하시는 분들은 나와 반대로 심각해졌다. 오전에 돈을 넣지 않아 손해를 본 느낌이라고 하셨다. 실제로 돈을 넣지 않았으니 번 것 아니냐는 나의 말에 아주 쓰게 웃으셨다.
거기서 느꼈다. 내가 코인을 한다면 송장하나 치우게 되겠구나. 가벼운 강박증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코인은 독약 그 자체이다. 만약 내가 코인을 한다면 밤새도록 휴대폰만 보고 있을 것이고, 식음을 전폐할 것이다. 회사도 가지 않고 누워서 폐인 그 이상 그 이하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걸 예상하는 것이 숨 쉬는 것보다 쉽다. 그러니 나는 코인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정보 싸움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주식의 경우 사유는 더욱 심플하다. 내 주변에 사람이 없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전무하다 보니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조금, 슬퍼지는 것은 기분 탓이려니 해야겠다.
코인이나 주식을 하시는 분들은 나에게 주식이라도 해보라고 권유하신다. 고민 좀 해봐야겠다고 답은 하지만 실제로 할 생각은 없다. 내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봤을 때 안 하는 것이 맞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나뿐만 아니라 곁에 있는 이들을 괴롭히는 성향을 봤을 때 더더욱 말이다. 돈을 버는 것도 좋으나 나는 내 마음을 호수처럼 잔잔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초 단위로 심장 떨리게 만드는데 아무리 돈을 벌 수 있다고 해도 나에게 좋을 리 없다.
언젠가 사주를 보러 갔을 때 선생님께서 나에게 횡재수가 없다고 하셨다. 복권 당첨될 일은 없다는 말씀이셨다. 딱 일한 만큼 벌게 될 터이니, 어디 가서 횡재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땐 중요하지 않게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분이 엄청 용한 분이셨다. 이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