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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사람 A Feb 14. 2021

꿈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록

날 미워했다고 말해버리면 나는 영원 속에 갇히는 걸까

정준일의 <꿈>,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안의 자기 비하와 자격지심을 허우적댔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감정조차 들지 않는다. 더욱 더욱 비참해진다.


특별히 무언가 거창한 꿈이 있었나 싶은 생각, 그렇다면 나는 아무 사람이 되어도 상관없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 꼬리는 늘 가슴이 울렁이는 괴로움이다.


고등 교육 관련 스타트업에서 내디뎠던 첫 발. 내 꿈이자 행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일과 사람, 모두 내 예상과는 달랐다. 이때의 기억은 내가 못났고 부족해서 일어난 일들이라고 자책해버리면 맘이 편하다.


그 이후엔 홍보대행사에서 인턴을 했다. 목을 조르는 더위와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빗방울을 피해 도착한 회사. 그 안에서 난 타자 치는 소리와 에어컨이 내는 우울한 소음 외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내 삶의 3개월은 비참히 목을 매달았다.


그리고 졸업 이후, 스물여섯의 나는 모교의 입학사정관이 됐다. 낙담을 넘어 모두가 날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언제부터 그게 네 꿈이었는데?’ 누군가는 응원하고 부러워하는 이 직업이 내 이름 앞에 붙으며 날 더욱 작아지게 만든다. 눈 앞에 크고 작은 유혹이 날 부르면 고함을 지르며 맹렬히 그 뒤를 쫓는다. 결국 그 기세 끝에 내 손에 잡힌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다들 잘만 버티던데 나만 왜 이렇게 어렵고 고통스러울까? 그냥 내 끈기가 부족한 탓이라고 말해버리면 난 또 내게 질문이 되는 걸까.


글을 쓰려고 한다. 글을 쓰는 것이 지금 당장 나의 행복이 된다면 적어도 무력감보단 의무감을, 건조함보단 내 재능의 미약함을 느낄 수 있겠지.


내가 내게 주는 모욕이 더는 부끄러워지지 않을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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