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트 디즈니의 <사막은 살아 있다>라는 영화 본 적 있지?
그거랑 마찬가지야.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 영화와 마찬가지인 거야. 비가 내리면 꽃이 피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꽃은 시들어 버린다고. 벌레는 도마뱀에게 잡아먹히고, 도마뱀은 새에게 먹히지. 그러다 언젠가는 모두 죽지. 죽고 나서 텅 비게 되는 거라고.
한 세대가 죽으면 다음 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지. 그게 세상사의 이치야. 모두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지. 죽는 방법도 제각기 다르고.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남는 건 사막뿐이지. 정말로 살아 있는 것은 사막뿐이라고.
#2
정말로 간단한 거야. 형태가 있는 건 하나같이 언젠가는 사라져 버리지.
하지만 어떤 종류의 생각이라는 건 언제까지고 남는 법이지.
하지만 하지메, 그런 생각이 남기 때문에 그만큼 괴로운 감정이라는 것도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
#3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어떤 종류의 일들은 되돌릴 수 없어. 한 번 앞으로 나가고 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지. 만약 그때 뭔가가 조금이라도 뒤틀렸다면 그건 뒤틀린 채로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마는 거야.
어떤 사실은 엄청난 상처가 된다. 그게 옳든 아니든 스스로 진실로 받아들이면 그렇다.
당신은 진실로 받아들여 상처받는 걸 택하겠는가, 아니면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하고 위안을 택하겠는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시간문제일 뿐이고 결론은 같을 수도 있다.
만약 그게 진정한 진실이라면 말이지.
하지만 진실은 영영 알 수 없고 시간은 흘러간다.
시곗바늘과 함께 순간의 진실은 거짓이 되고 거짓이었던 것은 진실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뭐가 진실인지 가려내어 마음 아파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미 당신은 돌이킬 수 없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어떤 종류의 일들은 뒤틀린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중요한 건, 남는 건 사막뿐이다.
“인간은 믿는 게 아냐. 괴물이라고.”
사람을 잘 믿고 싶어 하는 내게 누군가 해줬던 말이다.
결국 그런 말을 하는 그도 사막을 헤매던 괴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