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마케터는 잡일꾼이 되는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강의나 컨설팅 멘토링을 나가면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바로 마케터의 구인이다. 실제로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대표가 마케팅을 하고 있거나 대행사를 통해서 마케팅을 진행한다.
보통 개발자 채용을 가장 우선해서 진행하게 되고 이후에 채용하는 포지션이 바로 마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케터 채용에 대한 질문은 항상 나오고 그때 가장 많은 내용은 바로 '어떤 사람을 어떻게 뽑아야 하는가?'이다.
생각보다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좋은 마케터를 뽑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채용을 못하거나 채용 이후에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오늘은 그러한 실패의 원인 또는 채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마케터는 어떤 업무를 하는 사람일까? 당연히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에서의 마케터는 과연 마케팅을 할까?
사실 마케터라는 포지션은 스타트업(이하 중소기업을 포함한 의미로 사용)에서는 단순 마케팅을 하는 직원이 아니라 기획/마케팅/서비스 운영/CS에 이르는 다양한 부분을 진행하는 올라운더이다. 적어도 마케터를 뽑는 입장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반대로 구직을 희망하는 마케터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과연 마케터라는 직업의 직무 안에 서비스 운영/CS + 잡무 등이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까? 필자의 경우 구직자 대상 강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구직자는 마케터=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에서 원하는 마케터는 올라운더이다.
여기서 간극이 발생하게 되고 이런 간극은 구인난 그리고 구직난으로 이어지게 된다.
능력 있는 마케터를 뽑고 싶은 마음은 동일하지만 대부분 이제 막 마케팅을 시작하는 기업에서는 사실 마케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마케터를 뽑는 시점 자체가 '이제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는 시기에 미리 장기 플랜을 짜 놓고 거기에 필요한 인재를 투입해서 거기에 맞는 아웃풋을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 스타트업의 업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흘러갈 수가 있겠는가. 보통 원래의 계획과는 다르게 일이 틀어져 광고의 집행 시기가 늦춰지기도 원래 진행하기로 했던 마케팅을 아예 하지 않기로 하기도 한다. 또한 대표가 많은 일정에 치여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제대로 된 업무 지시가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는 나가야 하니 다른 일을 시키는 상황이 생겨나는 것이 굉장히 비일비재한다.
결론은 이렇다.
마케팅이 필요한 기업에서 마케터를 채용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 채용되는 포지션이다 보니 업무에 대한 매뉴얼은 당연하게도 없다. 그렇다고 장기적인 플랜과 그 장기적인 플랜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세부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마케터를 뽑게 된다.
이때 마케터가 모든 일을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 마케터는 그렇게 일을 하기가 어렵다. 대부분 특정 프로젝트를 주관적으로 실행해본 경험이 없는 주니어급의 사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조금 더 경력이 있는 마케터라고 해도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세워나가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이야기를 조금 더 길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마케터가 잡일꾼이 되는 과정은 마케팅에 대한 명확한 전략/플랜이 없는 상태에서 일손이 부족하니 마케터를 뽑아보자 또는 마케팅을 잘 모르겠으니 마케터가 오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인드에서 마케터를 뽑고 막상 입사한 마케터에게 제대로 된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 생겨버리니 자연스럽게 바로 할 수 있는 잡무로 눈이 돌아가게 되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