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가 이제 막 독자를 만나기 시작했다. 독자가 책을 읽고 어떻게 느낄지 설레면서도 긴장된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음이 바뀐다. 자신감이 하늘 높이 솟구치다 휘청이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다, 겨우 정신을 차린다.
주위에서 응원해 주는 분들은 하염없이 고맙다. 칭찬이 한가득 들어간 리뷰와 평가에 입이 찢어지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팬심이나 사심이 듬뿍 담겼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도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감사합니다.^^
나를 모르는 독자들은 냉정하다. 좋으면 좋다, 그럭저럭이면 그저 그렇다, 별로면 별로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은 소비자의 권리이자 시장의 법칙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듬뿍 담아 나의 경험과 생각을 쏟았지만, 책이 누군가에 닿지 않는다면 나의 실력과 생각과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책을 사는데 돈을 쓰고 읽는데 시간을 쏟은 독자들에게 나는 미안해야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 내 마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나는 시험을 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이다."
첫 번째 책을 출간했을 때의 벅찬 감동은 없다. 책을 내도 내 삶이 크게 변하지 않으리란 걸 아는 까닭이다. 그런데 왜 책을 쓰는가? 나도 좋고 남도 좋기 때문이다. 내가 즐기는 취미 3종 세트 중에 달리기와 독서는 나만 좋은 것이고 글쓰기는 나를 넘어 남도 좋은 것이다. 물론 글이 가치가 있을 때만 그렇다.
책은 자식과 다름없다고 한다. 그러니 책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를 출간한 출판사는 작다. 작은 출판사의 한계는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고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다행히 요즘은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라는 SNS가 큰 힘을 발휘한다. 한 명이 천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열 명이면 만 명, 백 명이면 십만 명의 가슴을 두드릴 수 있다. 이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일까? 러너의 자신감이라 하자.
책을 읽을 사람은 러너다. 러너는 어느 시기보다 끈끈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를 모르는 독자들에게 책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어진다면 책은 더 많은 러너를 만날 것이다. 오늘 나를 들뜨게 한 독자의 평가는 이렇다. "저는 1년에 책을 0권 읽는데 이 책은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그런지 술술 읽히네요. 남들도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에 위안도 되고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나의 앞날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그분이 할 말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말이다. 고맙습니다. 독자님!
다음 주에는 책 소개를 꽤나 거나하게 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나를 모르는 독자들의 리뷰와 평가는 하나씩 쌓일 것이다. 책이 가는 길이 탄탄대로 일지 가시덤불 일지 다음 주면 가닥이 잡힐 것이다. 잘 되면 좋겠다. 책이 오래도록 한 분의 독자라도 더 만나길 바란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