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문화연구소 #생활문화 #최현주작가
작은 수첩 위, 검정 잉크펜으로 그려지는 이국적인 풍경들. 거기에 생기를 더해주는 투명한 물감 자국들이 차례로 채워지며 여행 일기장이 완성된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들을 즉석에서 그려내는 여행 드로잉을 해보려면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 이 지역에서 최대한 멀리 가야만 하는 것일까?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속 두 번째 가을을 맞이한 지금, 동네에서 그림 여행을 즐기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보았다. 하울의 여행 드로잉 클래스는 최현주(하울) 작가님과 함께 여행의 순간에 마주한 풍경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채로운 감각적 경험을
직접 손으로 종이 위에
고스란히 남겨보는 즐거움
‘하울의 여행 드로잉 클래스’ 프로그램은 광진문화재단 주최/주관 프로젝트 <나루 아틀리에> 중 유일하게 실내 공간이 아닌 광진구의 야외 공간에서 진행된다. 광진구에는 뚝섬 한강공원, 아차산, 어린이대공원 등과 같이 일상 속 비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매 회차마다 모이는 장소가 달라진다. 여행지의 현장에서 느끼는 다채로운 감각적 경험을 직접 손으로 종이 위에 고스란히 남겨보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한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1. 마음에 드는 풍경 정하기
2. 집중해서 스케치하기
3. 수채 물감으로 채색하기
오늘은 아차산 소나무 숲길에서 펜과 수채화로 엽서지에 소나무의 줄기와 가지들을 중점적으로 그리기로 하였다. 작가님은 드로잉 팁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시며 참여자 한 분씩 돌아가며 맞춤형 지도를 해주시고 동시에 함께 여행 드로잉 작업을 하신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침엽수들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스케치 작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10월 중순의 산 속 차가운 공기는 머지않아 참여자 분들의 손을 얼게 만들었고, 원활한 드로잉 작업을 위해 아차산역 근처의 카페로 이동하게 되었다.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손을 녹인 후 채색 작업이 진행되었다. 도란도란 대화가 오가는 동안 어느새 소나무 숲길 풍경에는 활기가 생겨나고 있었다.
이번 회차 프로그램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 작가님과 참여자분들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드렸다. "나루 아틀리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여행 드로잉, 현장 드로잉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요?"
즉흥성이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미리 알 수 없는 것이 매력이다. - 최현주 작가
매번 새로운 결과물을 얻게되는 과정이 재미있고, 실력을 평가 받기 보다는 내 감성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더불어 그림에 관심 있는 동네 사람들끼리 자연스러운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점 또한 매력이다. - 참여자 1
익숙하게만 느껴졌던 동네의 곳곳에서 다른 색을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 참여자 2
그림을 그리는 동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모습이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다는 점이다. - 참여자 3
이처럼 참여자 분들의 생생한 동네 여행 드로잉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하울(최현주) 작가님은 20년 넘게 광진구 기반 문화/예술 주체로 활동중인 여행 드로잉 및 웹툰 작가이시다. 작가님은 본인 뿐만 아니라 드로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그 즐거운 마음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그래서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으며, 부담을 내려놓고 배울 수 있는 동네 여행 드로잉 프로그램을 기획하셨다고 한다. 가까운 우리 동네의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낯선 그림을 만들어내는 광진구 동네 화가 분들의 일상 속 작은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글, 사진 권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