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공략프로젝트 #이목하작가 #광진문화연구소
Q. 작가님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A. 광진구에서 유화를 다루고 있는 신진작가 이목하다. 어렸을 적부터 만화를 정말 좋아했다. 당시 90년대 학생들에게 만화는 영혼의 일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음) 인기리에 방영되는 만화와 그림들을 보면서 동경하며 열심히 따라 그렸다. 그림을 연마하는 과정이 즐거워서 몰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대입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 학교나 반에 한두 명씩은 있었던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실기를 하러 미술 학원으로 떠나는 그런 평범한 학생이 바로 나였다. 그렇게 세종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하게 되었고, 어느새 그림이 제 성장 과정과 일상에 전부가 되었다.
직감적으로 내 그림이다!
느껴졌다
Q. 그런 평범한 학생이 이목하 작가님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괜히 제 학창 시절의 미대를 준비하던 친구들을 더듬어보게 된다. (웃음) 그렇다면 졸업 후 작가로서 활동을 다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본격적으로 내 그림을 만난 것은 스물세 살 때였다. 과실에서 새벽까지 홀로 작업하던 날이었는데, 직감적으로 ‘내 그림이다!’가 느껴졌다. 멍하니 그림과 마주 보고 있던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음이 굉장히 벅찼고 그때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또, 첫 전시를 ‘아시아프’라는 아트 페어에서 진행했다. 미대생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 축제다. 세 번을 도전해서 처음 선정되었는데, 첫 전시에서 예상치 못하게 상까지 받았다.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앞으로 작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굳건해지는 계기였다.
Q. 첫 전시에서 상까지 받다니 작가님 인생에서 잊지 못할 특별한 순간이 되었겠다. (박수) 방금 답변하시는 작가님의 눈빛에서 반짝임을 느꼈다. 감동이 여기까지 전해진다. 활동하시면서 기억나는 다른 에피소드들은 무엇이 있는지
A. 완성된 작업이 나와 분리되어서 자신만의 자아를 가지고 열심히 돌아다닐 때 감사함을 느낀다. 그림들이 전시되거나 웹상에 자료로 올라가고, 내가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을 선물처럼 가져다줄 때면 마치 그림에게 인격이 있는 것 같다. 신비감과 기특함을 느낀다. 내가 만든 결과물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나 동경하는 작가님께서 제 그림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너무 기쁘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등줄기에 땀까지 흘렀다.
내가 만든 결과물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점
다가올 일들을 예견해 주는 예지몽을 자주 꾸는 편이다. 그런데 꿈에 지드래곤이 나오면 작업 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사건들이 생긴다. (웃음) 평소 빅뱅을 좋아하거나 지드래곤의 열혈 팬이 아닌데도 꼭 그렇다. 전시가 잡힌다거나 혹은 기금을 타거나 상을 받는 등의 사전에도 모두 이 꿈을 꿨다.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지드래곤님이 꿈에 나오셨으면 좋겠다. (웃음)
Q. 지드래곤 꿈이라니! 그게 바로 현대판 용꿈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웃음) 작가님이 생각하는 그림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지
A. 그림의 매력은 직접 ‘그릴 때의 매력’과 ‘감상할 때의 매력’으로 나눌 수 있다. 요즘 열풍인 MBTI에 빗대어 이야기해 보자면 저는 내향형의 최고로 꼽는 INTP 유형이다. (웃음) 작업할 때는 인간관계라는 자극에서 완전히 벗어나 생활할 수 있는 점이 좋다. 혼자 하는 온갖 망상과 잡생각이 작업의 양분이 된다는 것도 극강의 매력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감상할 때, 언어적인 소통이나 자극 없이 대상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림의 매력은 직접 그릴 때의 매력과
감상할 때의 매력으로 나눌 수 있다
Q. 말씀을 너무 잘 하셔서 내향형 타입이라고 생각 못 했다. 직업군의 특성이 성격과 잘 맞는 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고 본다. 작가님이 작업하면서 영감을 얻는 방법이 궁금하다.
A. 온종일 혼자 작업하다 보니 스스로와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온갖 이야기들로 속이 시끄러운데, 굉장히 불편하지만 창작에는 큰 도움이 된다. 작업 특성상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심리분석에도 혼자 생각하는 습관이 큰 영감이 된다.
Q. 작업에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는 말씀을 듣고 작업실을 둘러보니 정말 대부분의 그림에 사람이 등장한다. 인물 작업을 하시는 이유와 작업 방향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는지
A.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나를 시작하여 출발한다. 인물을 보면 20대 젊은 여성상들이다. 눈빛이나 표정 같은 것에서 어딘가를 부유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지금의 우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다.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이나 감정을 담아 그림을 바라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감상 포인트가 되겠다.
재료의 성질을 탐구해
원하는 질감을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한다
재료의 성질을 탐구해 원하는 질감을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 작업의 특이점은 얇은 동양화의 느낌을 내지만 재료가 유화라는 것이다. 유화라는 서구적 매체로 종이에 수채화 다루듯 사용하여 얇고 투명한 레이어들을 쌓아 올린다. 작업이 완성된 후, 과정에 궁금증을 유발하고 추리하기 쉽지 않을 때면 아이덴티티를 지켜냈다는 안도와 함께 큰 성취를 느낀다. 작업이 매체와 표면에 대해 집중한다는 점을 중점으로 즐겨주시면 좋겠다.
Q. 말씀대로 전혀 유화로 보이지 않는다. 이제 어디를 가더라도 작가님의 작업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개성이 뚜렷하다. 이제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겠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광진구는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A. 대학교에 입학하며 광진구에 처음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화양동에 살다가 지금은 바로 옆 자양동에 작업실을 차렸다. 이제 서울에 몇 남지 않은 한적한 동네가 주는 분위기가 좋아서 7년째 머무르고 있다. 지금의 작업실을 이곳에 마련한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양 전통시장’ 때문이다.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작업하다가 끼니를 해결하기에 너무 풍성한 곳이다. (웃음) 그리고 광진구 하면 산, 강, 평지까지 모든 인프라가 모여 있는 배산임수가 떠오른다. 대형 학교며 번화가와 사무실 지구, 공업단지 등의 복잡한 도심인데도 고개를 살짝 돌리면 바로 한강이나 아차산, 어린이대공원과 같은 자연이 공존하는 것 자체가 풍성하고 즐거운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광진구의 1티어 집순이다
Q. 배산임수라는 재치 있는 표현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다. 광진문화연구소의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을 드리겠다. ‘나는 광진구의 ○○○이다!’를 채워주신다면
A. ‘나는 광진구의 1티어 집순이다!’ (웃음) 광진구 최고의 재택근무의 달인이라고 생각해서다.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나가지 않아도 답답함을 못 느낀다.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를 너무나 성실히 잘 하고 있다. (웃음)
Q. 앞서 말씀하신 MBTI랑 직결되는 답변이다. 코로나 시대에 우수한 본보기다. (웃음) 작가님께서 광진구 혹은 광진문화재단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저를 채용해 주셨으면 좋겠다. 농담 80% 진담 20%이다. (웃음) 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며 개인 작업을 진행하는 지인들이 종종 보인다. 저 또한 많은 사람에게 문화예술로 도움을 주고 싶고, 제가 가진 재능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년전 광진문화재단 지역문화 잡지 ‘나루42’에 작업을 소개한 적 있다. 당시 텍스트로 만나다가 이렇게 다시 영상 인터뷰로 만나니 지역을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계신 점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감사를 보낸다.
Q. 작가님은 지역의 귀한 재산이니 저희가 더 감사하다. 광진구가 작가님을 못 잃는다. (웃음) 앞으로도 좋은 작업들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벌써 마지막 질문이다. 작가님의 활동 계획과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
A. 지금처럼만 공부하고 성장해 나가면서 알찬 작업들로 일상을 채우고 싶다. 또, 삶의 경제적인 부분을 스스로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멋지고 고단한 어른이 되기를 소망한다. (글 이슬기, 사진 느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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