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안 Aug 09. 2023

첫 번째 여름

 여전히 네 이름은 나의 첫 번째 여름


 눈물로 그늘진 얼룩이 혓바닥 아래에 있어


 쓰르라미는 너처럼 우는데, 네가 울어서 우리는 사이는 장마인 걸까


 혓바닥 아래 음지에 열매를 하나 묻어놓고 조금만 기다리자 장마니까 피어나겠지 장마가 번져서 장미라고 읽어 이미 헐어있는 곳을 혀로 누르지는 말기로 해 가시가 돋아날 지도 몰라


 줄기에 가시가 돋아난다면, 장미는 널 닮았어라고 말해줄게 그 뒤에는 널 좋아해라는 말을 덧붙일 거야 줄기에 붙은 가시는 내 코에 붙일게, 너는 뭉그러진 아름다움만 가져가


  유리조각처럼 그런 유약한 꽃잎에 기대어보는 상상을 하면서 장마를 그리고 우리는 우리를 기다려


 그러면 이 장마가 끝날 때 쯤이면 열매도 맺혀있어서 달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장마가 끝나면 마루에 누워 부채질을 하며 여전히 나의 첫 번째 여름은 너라고 말을 해줄게 네 입에 제철이라 잘 익은 무른 과육도 한 조각 넣어주며,


 쓰르라미가 울고, 마른 바닥에 물을 붓는 한 여름의 정오야


 갈라지는 성대와 말라가는 소리 속에서 나는 네가 내는 빛을 봐 눈을 감지 않아 어두워지는 시야가 있고 눈을 깜빡이면 이내 곧 환해지는, 말미암아 계절을 돌고 돌아도 너는 나의 첫 번째 여름


 나의 영원한 무더위, 흰 티셔츠를 투명하게 만들어도, 햇볕에 눈을 찡그려도 너를 보면 마냥 웃게 되는, 너는 나의 계절 아무리 장마가 우리를 뒤덮어도,


 너는 나의 영원한 여름과 이름


 


작가의 이전글 그해, 섣부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