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움을 걸었다.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 한복판을 천천히, 촘촘히 걷다가 커피 잔이 크게 새겨진 간판의 카페로 들어섰다.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이 가득한 카페 테이블에 앉아 콩가루와 팥이 잔뜩 올려진 빙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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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이름 자체가 한 시절이 되는 경우가 있다. 난 종종 장소를 그리워한다. 그렇다고 그곳을 직접 찾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그렇게 일단락될 그리움이 아니다. 장소에 대한 그리움은 내가 가진 그리움 중 가장 깊고 어쩔 도리가 없는, 감정 밖을 벗어난 하나의 중력에 가깝다. 장소가 그리워지면 한 시절 풍경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난 분명 그곳에 있지만 그곳에 있기엔 너무 멀다. 대개 조각 기억들이다.
장소는 조각 기억들을 데려오고 조각들은 언제나 나를 찌른다. 조각 기억의 일부에서 난 종로의 어느 이층 카페에서 맛없는 빙수를 먹고 있다. 그 기억이 왠지 아프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에 기대어 어찌어찌 살아가겠지만 장소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 지날수록 나를 자꾸만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