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는 아침 운동 대신 독립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오래된 구름 같은 이불을 끊임없이 구겨가며 무거운 눈을 겨우 깜빡이며 그저 바라보기만 하였다 미뤄둔 답장의 얼굴들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어제 본 능소화의 시듦을 걱정하기도 하면서 어느 시집에서 본 ‘소슬바람’이라는 단어를 오래 머금고 있다가 영화 보기를 중단하고 읽다 만 책을 펼쳐 들었다 이상형도 아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나 생각하다가 흐려지는 하늘을 무뚝뚝하게 바라보았다
마음에는 뚜벅뚜벅 소란이 금세 차오르는데
사실 그다지 무뚝뚝할 일은 아니었는데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토스트에 여독의 기운을 덕지덕지 바르고 제목에서부터 ‘우울’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노래를 몸 져 듣고만 있다가 식탁 위 먹다 만 버터쿠키를 바라보는데
액체 재료는 나중에 넣으세요
공기포집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돼요
오븐에서 쿠키가 금세 퍼질 수 있거든요
초라한 부스러기들을 검지로 눌렀다
또 하나의 동그라미가 생기고
메말라있던 밀가루의 과거와 미래가 떠오르고
그 속에 뛰어든 달걀의 기분을 생각하면서
꾹
꾹
부서지지 않으니 혀로 밀착하며 포개어
끊임없이 코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