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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l 09. 2023

버터쿠키

B는 아침 운동 대신 독립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오래된 구름 같은 이불을 끊임없이 구겨가며 무거운 눈을 겨우 깜빡이며 그저 바라보기만 하였다 미뤄둔 답장의 얼굴들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어제 본 능소화의 시듦을 걱정하기도 하면서 어느 시집에서 본 ‘소슬바람’이라는 단어를 오래 머금고 있다가 영화 보기를 중단하고 읽다 만 책을 펼쳐 들었다 이상형도 아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나 생각하다가 흐려지는 하늘을 무뚝뚝하게 바라보았다


마음에는 뚜벅뚜벅 소란이 금세 차오르는데

사실 그다지 무뚝뚝할 일은 아니었는데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토스트에 여독의 기운을 덕지덕지 바르고 제목에서부터 ‘우울’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노래를 몸 져 듣고만 있다가 식탁 위 먹다 만 버터쿠키를 바라보는데


​액체 재료는 나중에 넣으세요

공기포집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돼요

오븐에서 쿠키가 금세 퍼질 수 있거든요


​초라한 부스러기들을 검지로 눌렀다

또 하나의 동그라미가 생기고

메말라있던 밀가루의 과거와 미래가 떠오르고

그 속에 뛰어든 달걀의 기분을 생각하면서



부서지지 않으니 혀로 밀착하며 포개어

끊임없이 코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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