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V카페에서 독서의 시간을 갖는다. 곧 가을일 시간에 늘 생각나는 곳. ‘왜 꼭 그 계절일까’를 생각해 본다면 아마 그 시기를 나는 나름 잘 살아왔고 아팠고 그래서 그만큼 애정하고 있나 보다.
창밖 옥수수 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 오전 열한 시의 볕, 먹다 만 당근케이크, 그 주변에 흩뿌려진 시나몬가루와 시트 조각들, 희석된 아메리카노... 모두 가을 색이다. 도로를 뒹굴며 행인들의 발걸음을 간지럽히는 낙엽처럼, 당근케이크의 가장 차갑고도 부드러운 곳에서 시트 크럼이 조금씩 떨어져 나온다. 해동이 덜 된 게 마치 떠날 여름을 붙잡으려 허겁지겁 나온 가을바람 같단 생각과 함께, 약간의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당근케이크를 먹으며 한 소설가의 수상소감을 읽었다. 소설 맨 끝 부분에 적힌 그 소감을, 두 페이지 남짓한 그 짤막한 수상소감을 어젯밤에도 읽고 오늘 아침에도 읽고 지금 또 읽고 있다. 늘 소설보다 소설가의 문장에 매료된다. 에필로그와 수상소감, 작가의 말을 읽는 것은 마치 그들의 일기를 엿보는 것 같아서 몇 회고 곱씹게 된다. 나의 몰스킨 일기장에도 슬며시 옮겨 적어본다. 문장이 담백하다 못해 건조하고 건조하다 못해 시간을 맞은 나뭇잎처럼 쉬이 바스러져서 글씨가 절로 반듯하고 단정하게 된다.
금세 추워질 거지만 그만큼 오래 생각날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