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1809.01.19~ 1849.10.07)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시 추리소설의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추리소설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 자신이 추리소설이나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마치 연결이 있는 삶을 살았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에드거 앨런 포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영화가 많고 근래에도 그런 영화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에드거 앨런 포는 샤를 보들레르에 의하여 유럽에 소개된 후 말라르메. 발레리 같은 프랑스 상징주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위대한 작가로 남아있다.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의 탐정 듀팡은 후세 '셜록 홈스'등 추리소설의 장르를 개척하고, 그의 시(詩)는 후에 기존에 시의 한계를 무너트리고 산문시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는 존경에 찬 평을 받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좋아하는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도 다분히 에드거 앨런 포의 시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시 시대를 앞서갔던 샤를 보들레르가 한때 집중했던 것이 저 먼 미국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불어로 번역함을 과업처럼 행했던 시기가 있었던 점 그리고 그가 발굴한(?) 많은 예술가들이 후대 인정받았던 것을 떠오르면 보들레르와 에드거 앨런 포 그리고 에두아르 마네까지 살아생전 가난과 홀대로 살아냈지만 샤를 보들레르의 심미관엔 황홀함 그 자체였던 점에서 그들의 삶과 예술이 묘하게 닮았다.
오늘은 이런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적인 단편소설인 '검은 고양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에드거 앨런 포우선 놀라운 점은 이 소설이 발표된 것이 1843년이라는 점이다.
정신분석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내놓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1856년생임을 감안하면 그가 소설 '검은 고양이'에서 소재를 삼은 사이코패스가 취중이라든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예상치 못했던 일들의 진행으로 이성을 잃고 무의식의 상태에서 행하는 끔찍한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모티브로 소설을 창작했다는 것이 마냥 놀라울 뿐이다.(당시 우리 땅은 조선왕조 헌종 즉위 첫해로 다음 왕인 강화도령 철종이 1849년생으로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화자인 나는 아내와 검은 애완 고양이인 플루토와 함께 살고 있다.
별일 없이 무탈하게 살던 화자는 현재 중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자신이 교도소에 오게 된 이유를 담담히 이야기한다.
우선 그가 술에 빠지게 되면서 점점 폭력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변모해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내에게 욕설과 손찌검이 시작되었고 특히 검은 고양이 플루토에게는 가학적인 폭력을 행하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어느 날 플루토의 한쪽 눈을 도려내는가 하면 어느 날에는 아예 목을 매어 정원의 나무에 매달어 버렸다. 그날 집에 불이 나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이웃들이 다급한 마음에 정원에 목매 달려있던 플루토를 떼어내어 그의 방으로 던졌고 그 기척에 깨어 화자와 그의 아내는 목숨을 건지게 된다.
화재로 인하여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해져 더더욱 술에 의지하게 되어가던 화자는 술집 앞에 있던 검은 고양이를 발견하고 입양을 하기로 결정한다.
예전의 플루토와 상당히 외향은 같으나 가슴에 하얀 반점이 있었던 고양이는 입양 후 자기 집인 양 바로 적응을 해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와중 화자의 폭력적 성향과 아예 기억을 읽어버리는 현상은 점점 심해진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지하실에 물건을 가지러 내려가던 중 검은 고양이로 인해 넘어질 뻔하자 화가 나 도끼를 고양이에게 던졌다. 맞았다면 즉사할 정도의 힘으로 던졌고 다시금 화풀이를 하려고 도끼를 들자 그런 그를 아내가 말리던 중 화자는 그 도끼로 아내를 내리찍고 만다.
아내는 아무 소리도 못 내고 그대로 죽고 마는데 화자는 시신을 자신의 집 지하실 벽에 묻고 벽을 완벽하게 마무리하여 완전범죄를 지었다는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기까지 한다.
아내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이 방문을 하는데 화자는 자신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마무리했기에 거들먹거리기까지 하는 와중 벽에서 고양이의 그 야릇한 울음이 나고 경찰들이 소리 나는 벽을 부수자 죽은 아내의 머리 위에 검은 고양이가 울고 있었고 화자는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출처: pixabay.com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사이코패스의 엽기적인 행각을 다룬 공포소설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 보면 아주 공포스럽거나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땀을 쥐고 읽을 만한 소설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무려 조선왕조 헌종 때 그리고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소설이 발표되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지금 우리가 숱한 추리소설과 공포소설 그리고 영화 등의 영상물을 즐기고(?) 있는 것의 5할 이상은 에드거 앨런 포의 공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공의 2할은 그의 작품들을 유럽에 소개한 샤를 보들레르라고 말하고 싶다.
19세기 중반의 문학사조는 계몽주의 영향하에 이에 대한 반발로 사실주의 문학이 주류를 이룬 시대였다.
이성(理性)의 시대 아직은 주목받지 못했던 무의식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문학작품을 섰던 에드거 앨런 포가 얼마나 진보한 작가였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 후기 추리소설을 감상한 다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흥미진진할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을 추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