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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Oct 11. 2023

어셔가의 몰락- 에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1809.01.19~ 1849.10.07)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시 추리소설의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추리소설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 자신이 추리소설이나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마치 연결이 있는 삶을 살았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에드거 앨런 포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영화가 많고 근래에도 그런 영화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에드거 앨런 포를 모티브로 만든 미스터리 추리 영화의 포스터들

하지만 에드거 앨런 포는 샤를 보들레르에 의하여 유럽에 소개된 후 말라르메. 발레리 같은 프랑스 상징주의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위대한 작가로 남아있다.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의 탐정 듀팡은 후세 '셜록 홈스'등 추리소설의 장르를 개척하고, 그의 시(詩)는 후에 기존에 시의 한계를 무너트리고 산문시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는 존경에 찬 평을 받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좋아하는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도 다분히 에드거 앨런 포의 시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시 시대를 앞서갔던 샤를 보들레르가 한때 집중했던 것이 저 먼 미국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불어로 번역함을 과업처럼 행했던 시기가 있었던 점 그리고 그가 발굴한(?) 많은 예술가들이 후대 인정받았던 것을 떠오르면 보들레르와 에드거 앨런 포 그리고 에두아르 마네까지 살아생전 가난과 홀대로 살아냈지만 샤를 보들레르의 심미관엔 황홀함 그 자체였던 점에서 그들의 삶과 예술이 묘하게 닮았다.

오늘은 이런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적인 단편소설인 '어셔가의 몰락'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3년 10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어셔가의 몰락'

우선 작품을 이해하는데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이 단편소설이 포함되어 1839년에 출간된 소설집의 제목이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로테스크는 기괴한, 이상한 정도로 번역될 수 있으며 아라베스크는 티베트 불교의 만다라처럼 아랍 세계에서 장식 등으로 사용하는 기하학적인 무늬이다. 한마디로 기이하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단편소설집이라는 것인데 그에 걸맞게 '어셔가의 몰락'도 시작부터 끝까지 음습하고 기괴하며 소름이 돋을 정도의 플롯으로 진행된다.


놀라운 점은 에드거 앨런 포가 인류 최초의 추리 또는 공포소설 작가로 불리는데 19세기 중반 유럽문학계는 계몽주의와 이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낭만주의 운동으로 오로지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작품이 넘쳐나며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등의 사실주의 더 나아가 자연주의나 공산주의적 이데올로기 문학(문학사의 발전적 과정이라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입장이 아닌 문학사의 흐름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던 시기 오로지 특정한 인간들의 병리적 정신문제에 집중 그가 제목으로 정했듯이 그로 인한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특정한 인간사를 공포소설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누구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홀로 인간 개개인의 문제에 오롯이 집중하여 창작했던 작품들이 현대문학에 끼친 영향은 현재의 우리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업적이라 할 수 있겠다.

에드거 앨런 포

작품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셔가는 예로부터 예술에 일가견이 있고 자선사업도 하는 명망 있는 귀족 집안이었다.

그러나 집안의 혈통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집안끼리의 혼인으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당시에는 근친끼리의 혼인이 유전적 폐쇄성으로 인하여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보편적 의학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전이므로 지금 와 생각하면 단순히 괴이한 일이 그 집안에 닥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비극적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어셔가의 대저택에는 집안의 마지막 유이한 생존자 로더릭 어셔와 '매들라인 아가씨'라 불리는 쌍둥이 여동생이 하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학창시설 친구였던 주인공인 화자에게 자신이 요즘 우울증에 시달려 삶을 연명하기조차 힘든 상황에 도와달라는 급한 편지를 받고 주인공은 말을 타고 어셔가로 향하게 된다.


웅장하지만 오래되어 관리가 잘되지 않은 듯한 저택과 음침한 주위 환경에 공포심을 느끼며 어셔가의 저택으로 들어간 주인공은 가문의 마지막 자손인 로더릭 남매의 핏기 없는 기이한 모습에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며칠간 그곳에 머무르며 로더릭의 정신병리적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현대정신의학적으로 따지고 보면 근친결혼으로 인한 유전적 질병으로 심각한 우울증, 편집증, 과대망상증, 거식증 등이 혼재되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이르렀고 그의 쌍둥이 여동생 또한 같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확실히 200여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과 의학 덕분에 좀 더 이성적으로 이들의 상황이 이해되며 당시의 독자가 느꼈을 기괴함보다는 유전학적으로나 정신의학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드니 한편으로 피식하는 짧은 웃음까지 나온다.)


그러던 중 여동생 매들라인이 기괴한 모습으로 쓰러져 죽자 둘은 시신을 저택의 지하 가족 납골당에 있는 관속에 유기라고 할 정도로 방치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폭풍우가 몰아쳐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법한 공포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때 매들라인이 그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와 쓰러져 죽자 로더릭은 자신이 동생이 살아있음을 알고도 생매장을 했다는 고백과 함께 겁에 질려 쓰러져 죽고 이에 주인공은 공황상태로 황급히 어셔가의 저택으로부터 도망쳐 나오고 곧이어 저택은 붕괴되고 호수의 물속으로 사라지게 되면 소설은 마무리된다.

지금 와 생각하면 앞서 말했듯이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일들이 한 집안의 몰락으로 이어진 한편의 사이코드라마 같지만 당시의 기준으로 본다면 너무나 기이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광시곡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요즘에 넷플릭스에도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한 시리즈가 있는 만큼 원작을 감상하며 작품 출간 당시의 기괴함을 느낄 수는 없겠지만 현대문학에 끼친 영향으로는 그 누구 못지않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감상해 보는 것도 현대문학과 더 나아가 예술을 이해하는 데 좋은 밑그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집을 추천하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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