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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Dec 28. 2023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1934년 제임스 M. 케인의 발표작으로 소설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로도 각색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소개하고자 한다.

황정민 배우가 중학교 시절인 1982년 바로 이 영화를 보고 영화라는 예술 장르에 대해서 강한 인상을 받게 되었고 14년이 지나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다시금 감상하고 연기에 대하여 또 영화. 연극이라는 예술에 대하여 각성하게 된 계기가 된 일생의 작품이라고 평했던 신문 인터뷰가 절로 떠오르는 작품이다.

물론 나는 영화라는 장르보다 문학이라는 장르를 선호하므로 배우들의 연기보단 그 내용이 의미하는 바에 집중하며 한 글자 한 문장 한 단락 그리고 소설 전체를 꼼꼼히 살펴보며 읽었다.(황정민 배우도 특정 배우의 연기보단 그 내용에 집중하여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1982년 잭 니컬슨 주연으로 개봉했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미국 개봉 포스터(左)와 다소 선정적인 영화의 한 장면(右)

우선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멕시코와 미국 등 북미 대륙을 떠돌며 생활하는 스물네 살의 프랭크 체임버스. 그는 전 미국을 전전하며 여러 가지 잡범으로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복역한 경험도 있는 지금 말로 하면 주거부정의 전과자이다.

그렇게 떠돌던 중 캘리포니아의 국도변에 있는 '쌍둥이 떡갈나무 선술집'에 우연히 들르게 된다.

돈은 없지만 돈 많은 친구 핑계를 대며 주린 배를 채우고자 이것저것 주문하지만 주인인 그리스 출신의 닉 파파타키스는 눈치를 채고 먹을 것을 내주며 마침 이곳에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함께 일할 것을 권한다.

나이가 들은 닉은 의외로 젊고 매력적인 아내 코라 스미스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런 코라의 성적 매력에 빠져 프랭크는 그들과 함께 하기로 한다.


젊은 남녀가 서로 매력을 느끼게 되면 인간들끼리 스스로 정해놓은 선(線)이라는 것은 봄에 눈이 녹듯 사라져버리는 것쯤은 일도 아닌 것인지라 둘은 서로의 몸을 탐하게 되고 이내 둘만의 삶을 계획하게 된다.

그 계획의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코라의 남편인 닉의 삭제이다.

프랭크와 코라는 살해 계획을 세우지만 갑작스러운 경찰의 식당 방문에 그들의 계획은 무위로 돌아가고 살해 미수 의혹을 받지만 고양이의 감전 사고로 인한 정전과 닉의 실족 사고로 위기를 넘긴다.

그러고 나서 프랭크는 다시금 역마살이 돋아 그들을 떠나려고 하지만 우연히 시내에서 마주친 닉의 만류로 '쌍둥이 떡갈나무 선술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서 멈출 이성(理性) 적 제어장치가 이미 박살 난 상태였다.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해 계획은 일단 성공을 거둔듯했으나 검사 새킷이 살아생전 닉이 가입했던 보험금 10,000달러 지급을 놓고 조사 중인 보험회사의 자료를 토대로 프랭크는 몰라도 코라의 살인죄를 주장하게 된다. 하지만 변호사 카츠의 기지로 둘 다 무죄를 선고받지만 그 과정에서 카츠의 술수로 둘의 범행을 실토하게 된다.(범행 실토는 오로지 카츠와 전진 경찰 출신의 사무실 직원에게만 한 것으로 카츠는 그 비밀을 토대로 자신의 변론을 완벽하게 처리하며 라이벌 법조인인 검사 새킷에게 승리한 것에 만족하며 그들의 죄는 덮어 준다)

제임스 M. 케인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코라와 프랭크.

서로를 의심하며 감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어가던 중 변호사 키츠의 술수로 닉 살인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던 경찰 출신 변호사 사무실 직원 케네디와 그의 친구들의 협박을 받게 된다.

그들은 당시 진술서 원본과 사본으로 그 둘을 협박하여 그들이 닉으로부터 갈취한 돈 모두와 목숨을 거래 매개로 딜을 해온다.


프랭크와 코라의 기지로 그들로부터 사건 전말이 담긴 원본과 모든 사본을 불태워 위기를 넘겼지만 이제 서로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극에 달해 서로를 죽이겠다고 다짐하는가 하면 신고나 도주를 할까 두려워 감시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이때 코라는 자신이 프랭크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그 새 생명으로 서로의 사랑을 재차 확인하며 혼인신고를 하기로 결심한다.

혼인신고를 하러 가다 우발적인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코라는 창밖으로 몸이 뛰쳐나가며 숨을 거두게 된다.

이제 혼자 남게 된 프랭크에겐 닉으로부터 코라에게 코라에게부터 프랭크 자신에게 돌아온 그 돈 때문에 파렴치한 살인자가 되었다.

거기다 살아생전 코라가 프랭크에게 보낸 그간의 의심과 감시에 대한 사과의 편지가 발견되고 그곳엔 닉 살인사건의 진실이 적혀있었다. 프랭크가 코라의 임신으로 인해 결혼을 하고 다시금 새 삶을 시작할 마음의 결심이 있었고, 결코 살인 목적으로 의도된 사고가 아니었음을 주장한다 해도 그 누구도 프랭크의 진심을 믿어줄 그 어떤 증거나 증언은 존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프랭크가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죽음 후 코라에게 자신의 진심만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게 그녀와 다른 세상에서 만날 것을 기원하는 독백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1982년 국내 개봉 당시 영화 포스터 여기서 '우편배달부'는 당시 집배원이라는 직업에 대하여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지금의 제목으로 바뀜

소설의 분량은 아주 짧지만 플롯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소설을 다 읽고 느낀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과연 이 치정으로 인한 살인사건과 빗나간 여러 인간 군상들의 더러운 욕망이 복잡하게 얽힌 이 이야기와 제목 '포스트 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와 무슨 연관이 있냐였다.

이 점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판 말미에 옮긴이가 적어놓은 작품 해설에 자세히 나와있다.

원래 작가 케인은 '바비큐'를 제목으로 정했었다고 한다.(지금의 제목이나 이 제목이나 이해 안 가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자 출판사에서는 '사랑이냐 돈이냐'로 제안하는데 이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케인은 다시 '검정 퓨마'나 '악마의 수표 책'으로 재제안 하지만 이는 다시금 출판사의 거부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고 있던 때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함에 우편배달부가 와서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로부터 자리를 피하여 쉬고자 하면 벨을 두 번 누르는 것에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우편배달부들이 통상적으로 벨을 두 번 누리는 것에 착안 주인공 프랭크의 초조한 심리 상황에 들어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하여 정해진 것이라고 한다.(하지만 개인적으로 문화적 차이인지 바로 와닿지는 않는다- 처음 출판사에서 정한 '사랑이냐 돈이냐'가 좀 어울리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이 하나 있다면 과연 어떤 면에서 이 작품이 알베르 카뮈의 대표적 소설인 '이방인'에 강한 모티프를 제공했냐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진심이라는 것이 어떤 상황에서는 그 마음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절연의 상태에 쉽게 놓인 다는 것이고 바로 그것이 카뮈 철학의 핵심 개념인 '부조리'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프랭크와 코라가 닉을 살해했던 상황도 그렇고 프랭크가 코라의 임신 사실을 접하고 그녀와 혼인신고를 하고 새삶을 살겠다는 각오와 결심을 했음에도 그 본심이라는 것이 주변 인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이 연속됨에 프랭크는 마지막에 삶의 의지조차 놓아버리고 가톨릭 신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죽음을 준비한다. 옆방에 형제를 살해한 사형수가 자신의 의식이 아닌 무의식이 형을 살해하도록 했지 자신의 마음은 그것이 아니었다는 얘기를 프랭크조차 헛소리로 치부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진실한 마음은 무엇이며 이것을 타인과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선(線)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하니 카뮈가 어머니가 죽어도 전혀 슬프지 않고 햇살이 좋아 아랍인을 살해했다고 하는 뫼르소의 모습에서 언어-진심이라는 소통의 선이 사실은 절연상태였다는 것에 절망하여 스스로에 대한 최소한 변호도 포기한 채 사형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프랭크의 연속되는 부조리한 상황과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한다는 결론에 쉽게 이를 수 있었다.


사실 영화의 포스터만 본다면 온갖 상업적 기술을 쏟아내어 치정과 살인 그리고 돈에 대한 욕망의 이야기 같지만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강한 질문을 던지는 이제 고전에 반열에 올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제임스 M. 케인의 중편소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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