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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Jun 14. 2024

아서 밀러- 시련(The Crucible) 줄거리 포함

미국의 3대 극작가하면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아서 밀러가 꼽힌다.

유진 오닐은 테네시 윌리엄스나 아서 밀러보다 한세대 앞선 연장자로 이미 1936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미국 문학 특히 희곡 분야에서는 선구자적 입지에 있다면 테네시 윌리엄스와 아서 밀러는 그런 토대 위에서 미국의 희곡.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 분야까지 두루 영향을 미치며 현재 미국의 문화가 전 세계 문화를 이끄는 현상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을 아닐 것이다.(말년 작품의 인기가 시들었던 테네시 윌리엄스와 달리 아서 밀러는 2005년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왕성한 활동을 했으며 대중적 인기 역시 시들지 않았었다.)


특히, 아서 밀러의 삶은 마릴린 먼로의 남편으로서도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1930년대 공산당 가입 이력으로 인해 1950년대 한국전쟁을 계기로 거세진 미국 내 반공주의 이른바 매카시즘의 피해자로 많은 논란과 고초를 겪은 바 있는 지금의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가십과 담론 그리고 문학적 영향력을 함께 몰고 다닌 뉴스메이커 그 자체의 삶을 살았다.(최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영국 출신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즈가 사위인 것은 관심조차 가지 않는 평범한 일 같다. 하긴 유진 오닐처럼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사위 찰리 채플린이었다면 모를까.)

다분히 미국적 아니 뉴욕커적 사진으로 와닿는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의 사진

오늘은 이런 이력의 아서 밀러의 대표작 '시련'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이 작품은 아서 밀러 개인적인 시련에서 나온 작품이다.

그는 앞서 언급한 매카시즘의 피해자로 국회 청문회까지 출석했으며 공산주의자로 몰려 해외 출국 비자 발급까지 거부당하는 고초 끝에 1958년 8월 무죄판결을 받아 최종적으로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초반 미국 공화당 상원 의원이자 국내치안분과위원장이었던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에 의하여 광풍을 일으킨 미국 내 공산주의자 색출 작업이 막 일기 시작하던 1953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인간 개개인의 이기성과 잘못된 신념에 집착하는 권력층의 횡포가 얼마나 두려운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런 '시련'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692년 매사추세츠 주의 작은 마을 세일럼. 이 마을의 목사인 패리스의 집 2층 작은 침실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패리스 목사의 딸인 베티가 앓아누워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있는데, 이는 전날 밤 숲속에서 마을의 또래 아이들과 패리스 목사의 흑인 노예인 티투바가 춤을 추며 놀다가 패리스에게 발각되는 작은 소동이 발단이었다.

패리스 목사는 자신의 딸과 노예 그리고 조카이자 하녀인 애비게일이 그런 일에 연루된 것이 소문이 난다면 마을에서 자신의 입장과 대립되는 사람들에 의하여 마녀로 지목되면 아이들의 안위도 안위이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을 목사로서의 명예와 지위도 잃을 수 있기에 불안해한다. 이를 놓고 마을 목사 지명을 놓고 패리스와 갈등을 겪었던 퍼트넘 부부는 이참에 어젯밤 소동의 참가자들을 마녀로 몰아가고자 한다.

한편 소동의 주동자인 애비게일 윌리엄스는 얼마 전 존 프록터 부부의 집에서 하녀 생활을 하다 존과 불륜 관계가 들통나 프록터 부부에 의해 쫓겨나 패리스 목사의 집으로 옮겨온 이력이 있는 자로 이번 일은 자신들이 티투바에 의해 악마와 소통하게 된 것이며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한편 마을에서 300에이커의 대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너스 부부도 이번 소동에 자신들과 여러 재산 문제로 사이가 안 좋은 퍼트넘 부부와 대립각을 세우게 되고 결국 마녀사냥 몰이로 나아가게 되고 해당 부분에 전문적(지금의 상식에선 쓸데없는 지식이지만 당시 사회에서는 꽤나 과학적 근거가 있는 전문분야로 인정받고 있었던 듯하다)인 지식이 있다고 여겨지는 헤일 목사까지 타지에서 세일럼 마을로 향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복잡한 이해관계와 오로지 자신들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이기심에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커지게 되는데 이 사건의 주동자 격인 애비게일이 티투바에 의하여 악마와 소통하게 되고 그 자신이 마을의 여러 사람들이 악마와 내통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된다.

 각기 다른 욕망에 평소와는 다른 대결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자녀 아홉 중 여덟을 어린 나이에 잃은 퍼트넘 부부가 레베카 너스 부인이 마녀로 지목되자 그녀가 사주하여 자신의 많은 자녀가 죽었다고 주장하며 살인교사로 기소되고 자신의 자녀와 조카가 자의가 아닌 타인의 마법으로 악마와 내통하였다는 논리로 자신의 목사직을 유지할 수 있음을 간파하여 퍼트넘 부부와 결을 같이 하게 된다.


그리고 주동자 애비게일은 존 프록터의 부인 엘리자베스를 마녀로 몰아 그녀를 교수형에 처해지게 하고 자신은 존 프록터의 부인이 되려는 음모를 실행하게 된다.

하지만 가정을 지키고자 하였던 존 프록터는 이 모든 자작극을 법정에서 밝히려 했으나 법정 서기, 판사, 부지사 등 소위 법을 집행하는 권력층들이 자신들의 권위와 권력을 돈독히 하기 위해 오히려 마녀사냥의 논리에 더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집념으로 인하여 좌절하며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교수형에 처해지며 마무리된다.

특히, 이 희곡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존 프록터는 불륜을 저질렀다는 죄의식에 시달리다 마녀사냥 몰이에 희생될 자신의 부인과 마을 사람들을 위해 법정에서 자신의 죄를 밝히는 등 어느 순간에는 타인의 명예와 그와 관련된 가족들의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며 진정한 정의와 윤리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아서 밀러의 답을 보여주는 생각과 행동으로 감동을 준다.

연극 '시련'의 포스터 마녀사냥에 희생된 자들의 모습을 섬뜩하게 표현했다.

이렇듯 200페이지 가량의 비교적 적은 분량에 복잡하게 전개되는 플롯으로 다소 따라가기 부담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흥미진진함도 무시 못한다고 할 수 있다.

공산당 가입이력만으로 미국 내 공산주의자로 몰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갖은 고초를 겪었던 그가 실제 1692년에 일어났던 마녀사냥의 재판 기록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희곡으로 만든 '시련'은 분명 그의 개인적인 고난에 대한 기록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간 사회 보편적으로 문제 되는 다수 또는 권력을 가진 소수가 힘없는 개인과 집단을 억울한 누명으로 죽음으로 내몬 일들이 역사상 비일비재하며 지금도 지구상의 어느 사람들은 그렇게 죽음과 대면을 하고 있을 것이기에 공감과 감동을 쉽게 불러 일으킨다.


멀게 보지 않더라도 우리도 근대 역사에서 좌. 우 이념 대립으로 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괴의 간첩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는지는 우리 모두가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아서 밀러의 '시련'이라는 작품에 더욱 몰입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인간 본성이란 선(善)과 악(惡) 사이에서 어디에 가까운가에 대한 아주 원론적인 생각들이 무수히 머리를 스쳐갔다.

아무래도 이타적인 선(善)보다는 이기심에 찌든 악(惡)에 가까우며 누구든 선(善) 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쯤이야 죽어도 된다는 또 그것이 사회정의라는 잘못된 신념으로 이어져 파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음에 몸서리 쳐질 정도로 많은 생각이 드는 고전의 반열에 올려도 아무런 이의가 없을 정도의 작품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마녀사냥 일화를 가지고 소름 돋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는 아서 밀러 1953년 희곡 작품 '시련'이었다.

아서 밀러 (1915.10.17~200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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