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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ther K Nov 10. 2020

40대가 되면 뭐가 달라질까?

40대로 살면서 어쩌다 느끼는 것들

기억력 저하?
요즘 부쩍 단어가 잘 안 떠오른다.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말하는 스킬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막히는 일이 많아진다. 비단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친구들을 만나도 하나같이 비슷한 증상들을 호소한다. 핸드폰이 냉장고에서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 일이 벌써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외식 쿠폰을 준다고 해서 카드를 입력하려고 카드사에 들어갔다. 열심히 카드 번호를 입력하는데, 자꾸 없는 번호라고 한다. 여러 번을 확인해도 자꾸만 다음으로 넘어가질 않는다. 원인은 내가 다른 카드사에 들어와서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던 것. 하마터면 고객센터 전화해서 클레임 할 뻔했는데, 그전에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하는 1~2분의 시간이 창피함에서 나를 건져냈다.
이제 그 누구도 타박하지 않으리라. 누구나 깜빡할 수는 있지 않는가?

자꾸 '라떼는 말야...'를 읊어대고?
꼰대의 상징인 라떼를 읊어댄다. 굳이 나의 자랑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옛일이 생각난다. 좋았던 추억, 힘들었던 기억, 생각의 단편들을 친구들과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누구는 여태 그걸 기억하고 있냐고 타박하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입장에서 기억들이 조금씩 다른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회사에서 젊은 동료에게는 옛 추억을 말하지 말자. 가족과 얘기할 때도 조심스레 꺼내보지 마구 기억을 휘젓지는 말자. 친구들과 얘기할 때도 가급적 즐거운 추억만 되살려보자. 젊은 동료들은 '라떼'로 들으며 진정성이 잘 안 전달될 수 있고, 가족과 얘기할 때도 각자의 사정이 있었을 수 있으므로 조심스레 꺼내보는 예의가 중요하다. 친구들과도 누구 하나 상처가 되는 일들이라면 굳이 꺼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보냐?
엄마 아빠랑 웃자고 꺼냈던 얘기가 서먹하게 끝날 때가 있었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만나서 토라졌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추억은 그냥 혼자 차 한잔 놓고 명상하듯 떠올리는 정도가 딱인 듯한다. 아니면 글로 끄적여 보던지...

일어나고 앉을 때 신음소리가 나온다고?
몸이 예전같이 않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이미 좀 지났다. 그런데 살이 찌고 잘 안 빠지고, 기운이 달리고, 뭔가를 배워도 예전처럼 몸이 잘 말을 듣지 않는다. 앉고 일어설 때 관절에서 소리가 나거나 어깨가 욱신거려 나도 모르게 신음이 나지막이 새어 나온다. 피부도 더 건조해지고, 입술도 마르고, 머릿결도 푸석해지고... 가을이 되면 더 잘 느껴지는 듯하여 안 그래도 쓸쓸한데 맘 마저 싱숭생숭해져 온다. 왜 그렇게 눈물이 많아지고 괜스레 맘이 힘들어지는 어릴 때 이해 못했는데, 그냥 호르몬 변화가 가져다준 변화겠거니 해야지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더 힘들어지는 듯하다.

동네를 걷자. 근육운동도 하자. 근육을 키워야 관절이 덜 아프다고 한다.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보단 나으니까 겸허히 받아들이는 쪽으로 해보자. 인정하면 조금은 여유로워진다.

그래도 마음의 여유는 좀 더 생긴 듯하네...
늘 바빴다. 지금도 바쁘다. 마음이 분주하고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담당 시절 사고가 터지면 침착하게 처리하시는 팀장님이 신기했다. 물론 연륜도 있겠지만 나이가 가져다주는 짬바가 아니었을까?
신사업을 시작하는 요즈음 거의 공황장애 가까이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왔던 건 주변의 한결같은 따스함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주변인들과 함께 하고자 더 노력한다.

마음의 여유는 누가 가져다주지 않는다.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사과 한그루 심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징징 짜면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문제가 있으면 분명 솔루션이 있다. 솔루션이 없으면 피할 길이라도 있다. 그것마저 없다면 최소한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내 인생이 조금은 빛나는 느낌이다. 괜히 더 분주해하지는 말자.

그렇다면?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수밖에~
나 아니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다. 내가 여유로워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고, 내가 정리가 되어 있어야 타인에게 설명이 가능하다. 나이 들었다고 서운해하고 주변에 뭔가를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를 채우고, 스스로를 사랑하자. 내가 온전히 서 있어야 내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 바짝 마른나무는 땔감으로 밖에 효용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작더라도 화려하지 않더라도 물기를 머금고 잎새를 가진 나무에는 새가 깃든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잘 해왔는데, 앞으로도 잘할 확률이 더 크지 않는가? 이제 나를 돌아보고 사랑하고 간다면 50대, 60대도 건강하게 잘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의 40대들이여,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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