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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노 Apr 25. 2021

질문을 위한 마중길

관점, 변화를 보는 시선

사물을 보이는 것 그대로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함을 떠나 다른 관점을 가질 때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관점이 시대를 닮아간다는 것이다. 관점이 단순히 보는 지점이라는 의미를 넘어 사물이나 형상을 판단하는 방향이나 처지를 뜻하듯이 말이다. 

우리가 똑같은 사물을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시대에 따라 가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를 볼 수 있는 눈이 관점이다. 그러므로 관점은 변화를 보는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만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변화의 주체는 사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은 부모를 닮기보다 시대를 닮는다고 말하듯이 똑같은 사물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시대를 닮은 사람의 관점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다른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문제를 접하고도 어떤 사람은 해결 방법을 찾아내고 어떤 사람은 문제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사물이나 상황에서 많은 것을 읽어내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하는 것도 다르게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전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는 당연함과 신념에 사로잡혀 시대의 변화를 보지 못하고 과거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현재를 미래의 관점으로 보면 미래로 이동하지만 과거의 관점으로 보면 과거에 머물게 된다. 지금 조직이 과거에 머물고 있다면 리더의 관점이 과거에 머물고 있을 확률이 크다.     

당연함이란 없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변화를 거쳐 오면서 당연함이 되었지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생수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지금은 생수를 사먹는 것이 당연하지만 처음부터 생수를 사먹지는 않았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당연함이 된 것이다. 과거 우리가 먹는 물이 당연히 샘물이나 수돗물이라고 생각할 때 처음 생수를 팔기 시작한 기업은 당연함을 부정하며 먹는 물을 미래의 관점에서 봤다. 미래의 당연함을 본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당연하지 않던 것이 당연해지면서 변한다. 

미래에는 어떤 것이 당연해질까? 이런 질문이 생각의 방향을 바꾸고 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질문하는 사람의 특징은 세상을 흘려보지 않고 촘촘하게 본다. 차이에 민감하고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그 전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에 민감하다. 

좋은 질문은 지금 내가 ‘맞다’고 하는 것을 의심하고 내가 믿는 이념이나 신념과 같은 틀을 깨고 부수어 본질만 남기고 껍질은 걸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안의 고착된 인식만큼 생각하게 되고 그만큼만 받아들이게 된다. 자기 생각에 스스로 한계를 느끼는 것은 그래서다. 그때가 바로 자기 안의 것을 버리고 부수어야 할 때다. 관점이란 이렇게 버리고 부수는 것을 반복하고 그것이 만드는 차이를 보는 것이다. 

지식과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확고한 신념을 부수고 버린다는 것은 서운한 일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버리지 않고 성장하는 것도 없다. 텃밭의 상추를 솎아내는 일이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듯이 지식도 경험도 그것이 만든 확고한 신념도 버리는 작업을 통해 시대를 닮은 가치로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은 세상이 변하고 나서야 세상의 변화를 눈치챈다. 어제 하던 일을 오늘도 습관적으로 하면서 관성대로 살다가 어느 순간 “세상 참 빠르다, 진짜 많이 변했네.”하고 감탄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관성대로 살지 않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선도해 나간다.      

또한 관점은 관성 밖의 것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관성대로 살아가는 습관을 바꿔 밖을 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몸 감각들의 기득권은 생각보다 강하다.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고, 귀는 듣기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 하고, 코는 좋은 냄새만 찾고, 입은 달콤함을 잊지 못한다. 이것을 바꾸려고 하면 저항한다. 저항은 변화가 가지고 올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지금의 편안함과 달콤함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생 없는 변화는 없다. 관성에 힘을 가하여 균형을 깨뜨려 불균형을 가져와야 한다. 우리의 일상은 여러 가지 익숙한 관성과 습관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관성들은 서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 마치 기름진 음식은 술과 어울리고 술은 담배 맛을 좋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들이 그동안 체득하고 익숙해진 일상의 관습과 습관 중 일부를 공격하여, 상호 연결된 다른 일상적 요소들과 갈등을 일으켜야 한다. 그리하여 무뎌진 감각을 다시 민감하게 하여 조직 밖 세상의 변화를 보고 읽을 수 있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 그냥 지나치고 스쳐가던 길에서 멈추어 주변을 다시 살펴보자. 세상이 바뀌고 난 다음의 변화를 보지 말고,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과 그 환경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변화 과정 속에 자신과 조직을 존재하게 하자. 이때 보이는 세상은 전하고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느낌이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예리함과 다르게 보는 관점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건축의 평면도와 공간 디자인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건축물의 평면 디자인을 보면 잘 알 수 없는 것도 공간 디자인을 보면 건물이 어떤 건물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건물의 컨셉, 쓰임, 효용에 대해서 이해하고 건물이 완공된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믿음이다. 이런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사물을 볼 때 표면에 나타나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게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물의 단면만 보는 사람과 입체적으로 전체를 보는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입체적 관점은 입체적으로 사고하게 한다. 

입체적 사고의 힘을 통해 성공한 기업이 있다. 한국의 여행 관련 기업 중 최초로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인 ‘야놀자’는 고객의 취향은 물론 라이프스타일까지 고객의 모든 순간을 디자인하여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준다. 경험하지 못한 고객가치는 입체적 관점의 산물이다. 그리고 관점의 입체화는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관용하게 한다. 단면으로 보는 것은 부분을 확대하여 이해(利害)를 따진다면, 입체적으로 보는 것은 전체를 보면서 이해(理解)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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