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을 위한 보기
관심과 관찰
무엇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관심을 갖는 순간, 갑자기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것은 우연히 보인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져서 보인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도 그렇다. 관심 주제가 정해지면 서점에 가든 서재에 있든 자연에 머물든, 쓰려고 하는 주제와 관련된 책이 보이고 카피가 보이고 문장을 발견하고 은유와 의미를 찾게 된다.
나의 경우 처음 골프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도 그랬고, 처음 새 차를 샀을 때도 그랬다. 거리의 수많은 차 중에 내 차와 동일한 차만 보였다. 첫 아이가 생기면 아이들만 보이는 것도 관심이 생겨서다. 아이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관련된 모든 것이 보인다. 많은 생각이 스치게 된다. 아이들이 그냥 나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잠이 부족했을 엄마의 수고가 보이고 아이의 웃는 모습 한번 보려고 직장에서 각자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도 보인다. 이렇게 육아라는 인생의 거대한 변화를 겪고 나니 남들의 육아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에 애가 지나가네 하고 말았던 세상이 아이가 새롭게 다가오는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렇게 관심은 보는 것을 넘어 대상을 알게 만든다. 관심은 더 많은 정보를 모으게 하고, 갈구하고, 나를 자꾸 낯선 무엇과 만나게 한다. ‘나’라는 세계를 확장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그래서 관심은 힘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경계해야 하는 것은 아는 것에 대한 믿음이다. 관심이 계속되면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고 경험이 쌓이면 노하우도 생기면서 그것을 안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내가 무엇에 대해 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관심을 가질 때,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안다고 믿는 순간 궁금하지도 의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궁금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의 생각도 조언도 귀 담아 들으려 하지 않고, 새로운 지식을 추가하지도 않는다. 지식이 편협해지고 사고가 위험해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면 보이던 것들이 믿음을 가지면 보이지 않는다.
관심을 갖게 되면 사물의 현상은 물론 동태까지 잘 살피는 관찰을 하게 된다. 관찰은 대상으로부터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보는 것을 넘어 보는 관점을 바꾸고 입장을 뒤집어놓고 대상을 봄으로써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으로부터 이해를 얻는 과정이다.
관찰은 목적을 수반한다. 무심한 행위가 아니라 명확한 의도를 포함하고 있는 적극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의도라는 것, 즉 관찰의 목적은 기존과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 P&G는 어린이 칫솔을 개발했지만 시장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기 위해 디자인을 맡은 IDEO사는 실제로 어린이들이 어떻게 칫솔질을 하는지 자세히 관찰했다. IDEO가 관찰한 결과,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다르게 칫솔을 주먹처럼 쥐는 자세를 취했다. 그래서 IDEO사는 어린이 칫솔의 손잡이를 더 굵고 미끄럽지 않게, 소프트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고객을 잘 관찰하여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가치까지 올린 것이다.
관심이 당연함에 의심을 갖는 것이라면, 관찰은 의도된 행동이다. 그래서 관찰은 의도한 것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간단하게 ‘관찰–발견-이해-개선’이라는 프로세스로 정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찰 프로세스를 반복적으로 작동하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