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듣기
가끔 뉴스룸에서 팩트체크를 본다. 정보의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면서 믿을 게 하나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믿고 있던 정보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는 것이 많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정보가 넘치는 만큼 검증되지 않은 가짜 정보도 넘치는 사회다. 내가 생각하는 가짜 뉴스가 사실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없고, 혹은 누군가에게는 진짜 뉴스로 보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가짜 뉴스가 진짜일 수도 있으니,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워 착각과 오해의 가능성이 많은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은 현상을 보이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어 하는 대로, 감정이 이끄는 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자기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치우치고, 부정적인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수를 모방한다. 그래서 가짜 정보는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증폭된다.
조직에서도 다르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처럼 인용되어 보고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팀원이 보고한 자료를 믿고 회의에 들어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순간이다. 몇 번이고 자료에 대한 사실 유무를 확인하고 들어가도 그렇다. 오랫동안 조직의 일은 믿음이 기반이었다. 부하직원의 말을 믿고 부하직원이 보고한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회의에 참석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갈수록 발등 찍히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러다 상하 간의 불신은 물론 내 발등도 온전하질 못할 것 같다. 이제 일은 믿음이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럼 어떻게 검증된 사실을 듣고 생각할 수 있을까?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보고) 중에서 의문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질문을 해야 한다. 이때 이야기(보고) 내용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보고 내용의 객관성과 보고자의 주관성을 비교하는 것이 좋다.
사실이 전부 진실일 수는 없다. 사실은 진실을 구성하는 조각 그림에 불과하다. 비록 보고의 내용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가 일의 전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간혹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 이야기의 신뢰를 높이려고 하지만 전문가 또한 자기가 선택한 세계의 한 조각을 이해하는 데 몰두하는 사람이다. 전문가의 견해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도 위험하다. 그래서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보고자의 생각을 묻는 것은 중요하다. 전체 일에 대한 이해 속에서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들을 때 긴 문장을 단문으로 정리하며 듣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보고 내용에 대한 이해와 공유다. 간혹 보고자의 생각과 듣는 사람의 생각이 달라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용을 가감 없이 간단하게 정리하되,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쉼표가 필요한 시점을 찾고, 내용의 요점만 보고자에게 확인하면 좋다. 이때는 자신의 생각을 더 보태거나 들은 것 중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리더에게 있어 팩트를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검증된 사실을 듣는 것을 넘어 사실의 조각을 조합해 진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또한 보고자에게 잘 듣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다. 진실은 팩트에 있다. 바깥 것을 매개로 자기 안의 소리를 깨워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질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