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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관노 Jun 13. 2021

좋은 질문을 위한 느끼기

경계에 서기

느낌은 확실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모호한 형태로 찾아온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호한 형태이기 때문에 우리의 감각기관은 예민해진다. 이 순간 호기심이 깨어나고, 경험의 깊이를 탐구하게 되고,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알지 못하던 것과 마주친다. 이런 모호함으로 마음이 열리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잠재력이 개발된다. 

모호함은 이것과 저것 사이의 경계에 존재한다. 우리가 경계에 서는 것은 불확실성과 마주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하는 것도 처음에는 모두 불확실하게 다가온 것이다. 어느 순간도 확실한 상태로 우리 앞에 다가오는 경우는 없다. 그러므로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 

이쪽으로도 넘어가고 저쪽으로도 넘어갈 수 있는 위치가 경계다. 그래서 경계는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모호함의 불확실성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확실함을 선호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적인 판단을 하고, 옳고 그름, 맞고 틀리고와 같이 확실함을 긍정하고 경계에 서는 것을 부정한다. 

이미 정해진 확실함은 편안하지만 자신을 막아서는 벽이다. 벽의 기능은 그 속의 것을 한정하는 데 있다. 시야를 한정하고, 수족을 한정하고, 사고를 한정한다. 한정한다는 것은 작아진다는 의미다. 내가 그저 과거의 경험으로 얻어진 확실함을 지키는 호위병에 그치면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더 작아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는 확실함보다 모든 것이 틀릴 수 있음을 열어둘 때, 지금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앞으로 다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다른 세계로의 진입이 가능하다.     

다른 세상으로의 진입이란 다른 세상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대상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입장의 동일함이 관계의 최고의 형태다. 최고의 관계만이 입장의 동일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아는 대로만 보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그렇게 오직 한 방향만을 고집한다. 하지만 경계에 서서 시선을 바꿔 보고 마음을 달리 해서 보면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사실 우리의 고정관념을 내려놓으면 세상의 모든 것은 모호해진다. 불행이라고 생각했던 게 행복이 되기도 하고, 틀리다고 생각했던 게 맞기도 한다. 주인을 끝까지 지키는 동물을 보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인간이 너무나 동물적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가끔 나는 산을 오른다고 생각하지만 산이 나를 품어주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쯤 되면 이것과 저것이라는 구분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렇듯 느낌은 두 세계의 경계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을 이분법적 기준과 자기 확신으로 대하는 사람은 감각이 무디어져 느끼지 못하게 된다. 느낌은 자신이 알고 있던 기존의 세계가 흔들리고,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의심스러워질 때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이것에서 저것으로 넘어가는 그 경계에서 보는 것이 바로 변화다.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느낀다. 그런데 그 꽃이 어디에서 피고 지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꽃이 피니 봄이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 가지면 꽃이나 새싹은 줄기에서 피는 법이 없고 우듬지라고 하는 가지의 맨 끝 줄기에서 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줄기와 대기의 경계에서 꽃이 피고 싹이 돋는 것이다. 

나무의 줄기에 아무리 관심을 두어도 그곳에서 변화를 느끼기는 어렵다. 비단 사물과의 관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조직도 다르지 않다. 직장에 있을 때 현장에 가면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본사의 동향에 관심이 많다. 본사의 소식을 알아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줄기에서 봄을 찾는 것과 같다. 반대로 나는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변화는 본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 접점의 경계에 있다. 시장의 변화에 잘 적응하며 성장하는 기업은 경계에 있는 구성원들의 감각이 예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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