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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마 Nov 10. 2019

#0. 프롤로그

반추, 그리고 설렘.



나에게 생각만 해도 설레는 곳인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게도 설렘을 줄 수 있는 곳이 되길.


멕시코 시티 중심에 위치한 베야스 아르테스 (Bellas Artes)





"멕시코요? 왜요?"


내가 멕시코에서 살았었다고 하면 국적,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멕시코에서 살다온 이후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미국인, 유럽인, 아시아인 모두 놀랍도록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내 생각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멕시코의 이미지는 마약 카르텔이 판을 치는 무법지대로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마치 넷플릭스의 '나르코스'와 같이.


하지만 잠시라도 외국 문화 속에 섞여 지내본 사람들이 으레 말하는 것처럼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그게 마약으로 유명한 멕시코일지라도 말이다.


아니, 사실 사심을 더해 말한다면 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보다 사랑할 만한 요소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멕시코에 있으면서 이따금씩 잔혹한 살인 사건을 뉴스에서 접하기도 했고, 지인들에게서 강도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나 또한 목숨 값은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주변인의 말에 500페소(약 3만 원)를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 넣어 다닌 적도 있었으니, 확실히 우리나라처럼 마음 놓고 아무 곳이나 막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가 아니기는 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치안 말고도 멕시코에는 관심을 가질 만한 매력적인 요소들이 꽤 많다.

춤과 노래를 즐길 줄 아는 쾌활하고 긍정적인 사람들,

모국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문화적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는 나라,

보기 드문 따뜻한 날씨와 지역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가진 축복받은 곳.

살기 편한 나라는 아닐지언정, 어떤 면에서는 속 편히 재밌게 살 수 있는 나라.


벌써 멕시코에 살았던 시간보다도 귀국 후 한국에서의 삶이 더 길어진 탓에 나의 기억들이 조금 더 미화된 구석도 있을 테고, 멕시코 그 자체도 내가 살던 때와 또 다른 모습을 지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적어 내려가는 멕시코에서의 삶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는 무시무시하고 야만인들의 세상일 것만 같은 이 나라에 얼마간은 호감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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