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수 Aug 13. 2018

10화: 제주시 한경면 한원리

문화예술창고 몬딱

#1. ‘몬딱’을 찾아온 한원리 이장


‘문화예술창고 몬딱’은 문화예술 창조 공간을 표방하는 곳으로 나의 제주살이 터전이기도 하다. 제법 큰 감귤창고 하나빌려서 업사이클링한 것인데, 창고의 원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 70평 공간에서 재미있는 갤러리를 꾸미고,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양쪽 모퉁이에는 나와 승환이의 조그마한 작업실이 있고, 그 한쪽에 나의 숙소로 사용하는 방 하나가 있다.



방문객이 창고 안에 들어서면 다들 감귤창고의 변신에 놀라며 여기저기를 아주 재미있게 구경한다. 문을 연 지 8개월 남짓 되었는데, 이제는 제법 입소문도 나는 듯 관람객도 꾸준히 찾아오는 갤러리가 되고 있다. 어느 날 한원리 이장이 방문했다.


‘감귤창고를 멋지게 만들었네요!’    


연신 탄성을 발하다 찾아온 이유를 말한다. 한원리에도 마을 소유의 감귤창고가 있는데 그것을 개조해서 마을 문화복지센터를 조성할 계획 중이라며, 참고삼아 ‘문화예술창고 몬딱’을 둘러보러 왔다는 것이다. 그는 마을 사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보였는데, 본래 문화예술 방면에 매우 관심이 많은 듯했다.


제주에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마을 감귤창고들이 꽤 있다. 나는 이 창고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되기를 희망한다. 빈 창고를 갤러리, 쉼터, 창작 카페 등등 다양한 형태의 마을 문화․예술․복지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요 바람이다.   



우리는 감귤창고의 재활용 및 문화예술 공간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몬딱의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잔뜩 담고, 언제 다시 한번 보자며 돌아갔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제주시 한경면 한원리 이장’이라고 적혀 있다. ‘한원리?’ 처음 듣는 지명이다.


나는 제주살이가 불과 1년 8개월에 불과하지만, 사진 작업차 여러 곳을 다닌 터라 제주의 마을과 지명을 어지간히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데, 한원리는 생소하기만 하다.    


“승환, 이번 주에는 한원리로 가자!”    


#2. ‘한원리’를 찾아간 갤러리트럭


초행길이라 내비게이션으로 한원리를 찾아가는 데 낯선 길로 안내한다. 그때 마침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제주도가 고향인 지인조차도 처음 들어보는 마을 이름이란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길가의 향나무가 정원수처럼 잘 정리되어 있다. 제주의 옛 모습이 잘 남아 있는 수수한 마을이다. 한원리사무소 앞에 트럭을 세우고 이장에게 전화를 거니 반가운 목소리로 맞으며 사무실로 들어오란다.


“무슨 일로 찾아 왔수꽈?”


갤러리트럭을 소개하니까, 이장은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 좀 뜻밖인 모양이었다. 우리의 갤러리트럭은 일반 푸드트럭처럼 판매하는 것도 없는데, 작가가 생업은 어찌하고 이리들 다니느냐는 것이다. 이왕이면 사람 많은 관광지를 찾아가서 작품을 내보이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 하면서 염려의 말을 보탠다.



여하튼 우리는 리사무소를 나서자 바로 적당해 보이는 곳을 찾아 갤러리를트럭을 펼쳤다. 마을 전시에서 늘 경험하는 것이지만, 주민들이 호기심에 금방 우리 주변으로 다가온다. 오늘은 첫 손님으로 아주머니 두 분이 차에서 내려 다가온다.


“이게 스마트폰 사진이라고요?”


놀라면서 한동안 작품을 감상하다가, 자신의 스마트폰 사진을 내게 보여 주면서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지 묻는다. 나는 스마트폰 사진 강의에서 주로 다루는 주요 팁 몇 가지를 간단히 알려 주며 이런저런 사진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가 우리 집 바로 앞인데 금방 냉커피 한잔 만들어 올게요!”    


하고는 갤러리트럭 옆 대문 안으로 쑥 들어간다. 자신의 집 앞에 트럭이 주차되어 있으면 뭐라고 한마디 하기가 쉬운데, 오히려 더운 날씨에 수고한다며 냉커피와 시원한 생수를 가지고 온다. 요즈음 찾아가는 마을마다 곧잘 냉커피를 대접받는다. 알고 보면 제주도의 마을 인심이 참 좋다.



시간이 흐른다. 마을 사람들, 길 가던 여행객들이 갤러리트럭을 다녀간다. 지인도 찾아온다. 마을 이장도 일을 마치고 찾아온다.    


이장은 앞서 말한 그 마을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낸다. 마을 주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마을 만들기에 대해 역설한다. ‘문화예술창고 몬딱’처럼 서예교실 등의 각종 문화강좌를 개설하고, 주민과 외지인이 함께 문화예술 콘텐츠도 개발하는 마을 복합문화복지 공간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주 마을의 빈 공간이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 바야흐로 또 하나 이루어지는 듯하여, 더운 날씨에도 기분이 좋다.


“근데 이렇게 다니면 뭐 먹꼬 살아요?”


계속 우리를 걱정한다. 어느덧 하루해가 기울었다. 우리는 이장의 애정 어린 관심과 응원 속에 전시를 접고 한원리를 떠났다. 돌아오는 길 신창 해안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워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의 집 ‘문화예술창고 몬딱’으로 길을 재촉했다.   


 

다음연재)


제주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 한 '문화예술창고 몬딱 - 잇다.나누다. 즐기다' - 작가 작업실/갤러리/문화예술공간

문화예술창고 몬딱
매거진의 이전글 9화: 범섬이 보이는 법환 올레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